스파링 한 날.
스파링 - 연습경기다.
상대방은 코치여서 수비만 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떨렸다,
그동안 바빠서 권투장에 못 갔고 글도 못썼다. 오랜만에 왔는데 링에 올라가라 해서 올라갔다. 너무 떨렸다.
방송에서 오디션프로그램을 할 때 이런 말을 한다.
그룹 대항전 뭐 이런 거 할 때 말이다.
이 무대, 즐기자.
나의 무대가 왔을 때는 즐길 수 없다. 엄청난 떨림과 긴장으로 미칠 지경이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연극을 할 때도 그렇다.
너무너무 떨렸다.
추운 겨울에 학교 강의실 구석에서 연습을 했다. 정말 모여서 연습을 많이 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했을까?
그 누구도 배우로 연극계로 나가지 않았지만 왜 이렇게 열심히 연습했을까?
고등학교 친구 15명이 모여서, 스무 살이 된 기념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대본도 직접 쓰고 연습을 했다.
공연이 시작된 날, 떨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무대에 놀라기 전, 심장이 쿵쾅거려 죽는 줄 알았다.
연극공연장은 만석이었다. 연극은 공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과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긴장은 사라졌다. 오히려 신이 났다.
성공이었다.
돈이 아니라, 꽉 찬 공연장과 관객의 호응이었다.
왜 성공했을까?
첫째는 연극 연습이었다. 수많은 과정을 토론하고 대본을 거치고 연습을 했다.
두 번째는 꿈이었다. 친구 셋이서 고1 때 금수탕 목욕탕에서 연극에 대해 이야기한 게 꿈을 이루었다.
30년이 지나 보니 친구 하나는 고등학교 선생으로, 하나는 초등학교 선생으로, 나는 뭐….
2분 30초 … 막상 링에 올라가면 정말 길다. 죽을 것 같다. 숨차서.
스탭은 흐트러지고, 허리는 굽히지 않고, 왼쪽 팔은 가드를 딱 하고, 오른팔을 휘두르지 못했다.
연습 부족이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무대에서도 긴장하게 된다.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무대에서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긴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연습한 거 배운 것을 그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링 위에 오르기 위해
부단히 연습을 해야 한다.
모든 게 그렇지 뭐.
나의 무대에 오르기 전에 또 연습해야 하고, 외우고 익혀야 한다.
나의 링이 언제 올지 모르기 위해 늘 연습하고 긴장해야 한다.
왜 나에게 무대가 주어지지 않을까 고민하지 말고, 무대가 왔을때 어떻게 해야할지 준비해야 한다.
아 오늘 스파링 힘들다.
2라운드만 뛰고도 죽을 것 같았다. 너무 숨차서..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