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을 할 때, 취직을 해서 상사, 유관부서, 고객을 설득해야할 때.
창업을 할 떄, 창업을 위해 고객, 투자자, 지원자를 설득해야할 떄.
연애를 할 때, 매력을 어필하고 나와 맞는 사람인지를 알아야할 때.
일상을 살 때,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여러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때.
혼자 있을 때,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내게 행복을 주는지 궁금할 때.
이 모든 상황에 필요한 것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의 일상과 늘 붙어있다. 마치 숨쉬는 것처럼.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서 따로 훈련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매 순간순간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한다. 문제는 그 훈련의 퀄리티, 질이 어떠한가에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첫번째로 부모, 그 다음 가족과 친척, 친구들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하고 훈련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주위 사람들의 말투와 말의 내용이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성장하면서 내가 어떤 집단에 소속되고 교류하느냐에 따라서 그 커뮤니케이션의 질은 상당히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도 결국 모두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고급 학문을 접할 수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고등한, 높은 수준의 개념들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회에 나오면 우리는 많은 상황들을 더 현명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는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일적으로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조직화를 해서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만큼 영향력이 생기고, 영향력이 생기는 만큼 그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게 된다.
이 방대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주제로 기업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아왔다. 현업에서는 해외마케팅과 전략 기획으로, 강의로는 임직원 워크샵으로, 코칭으로는 임원들과의 개별 코칭으로 다양한 관점에 대해 한편으로 훈련하고, 한편으로 배웠다. 그리고 경험치가 쌓일수록 나의 부족함을 더 많이 자각하게 되었다. 예전에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인생 선배들의 말을 접했을 때 단지 겸양의 말이거니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상이 변화하고 있다. 한 사람의 권위자, 전문가, 강사가 정답을 갖고 있을거라는 전제는 이미 무너졌다. 기존에 맞았던 것이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되는 상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전문가이니 내 말만 잘 따르시오"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말한다고 고분고분(?) 따라올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 대신에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제가 알고 있기로, 개인적 경험상으로는 이렇습니다. 다른 의견이나 경험이 있으면 질문하고 나누어주세요. 저는 시비거는 질문도 환영합니다."
강의와 코칭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말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질문하고 의견을 제시해 주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서로 협력해서 함께 성장하는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아예 처음부터 퍼실리테이션 형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강의 평점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 피드백과 제안에는 관심이 많다.) 강의의 과정에서 나오는 질문의 양 (쉬는 시간에 와서 물어보시는 개인적인 질문을 포함) , 워크샵에서 보여주는 참가자들의 행동을 보면 그 날의 강의 만족도가 대략 나오기 때문이다.
그럼 필자가 경험한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지난 시간동안의 경험을 정리하다보니 다음의 제목으로 정리가 되었다.
우선 1~4번에 해당되는 자신, 상대방, 다수, 설득에 관련한 소통은 개인 차원의 역량 (HRD, Human Resource Development) 으로 볼 수 있다.
5~7번에 해당되는 리더, 조직, 문화에 관련한 소통은 조직과 집단 차원의 역량 (OD, Organization Development) 으로 볼 수 있다.
1번, 자신과의 소통에서는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작업을 한다. 내가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지금까지의 성장환경에 의해 ‘형성되어온’ 나의 스타일과 가치관, 행동 방식이 앞으로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를 점검한다.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그려보고 그러한 길을 앞서 가고 있는 사람들의 ‘내적 소통’ 방식을 내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이 잘 되고 나면 2번, 상대와의 소통이 강력해 질 수 있다.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상대의 부정적 태도에도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복잡한 사항들을 단순 명쾌하게 말하는 방법들을 익혀야 한다. 그 능력이 무르익게 되면 자연스럽게 3번, 다수와의 소통 즉,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어진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1:1에서의 영향력이 1:다수의 영향력으로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4번, 설득적 소통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각 이해 관계자의 입장, 전체의 시스템적 상황을 읽어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이끌어가고 설득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디베이트를 통해서 냉정하고 명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후, 협상에서 각 이해 관계자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게 된다.
경험치가 쌓이면서는 5번, 리더의 소통법을 이해해야 한다. 리더의 위치에 있으면서 실무자의 생각만을 갖고 있으면 실무자와 경쟁을 하고, 큰그림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세부적인 것만 따지는 마이크로 매니지 (Micro Management) 를 하게 된다. 열심히 할수록 더 무능한 리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Agile) 대응해야 하는 세상에서 리더는 실무를 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능력을 펼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좋은 장 (Field) 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질문과 경청을 중심으로 하는 코칭형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예 조직 자체가 민첩한 (Agile) 조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6번, 조직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는 한 사람이 아닌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변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작업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갖고 참여하게 만드는 오픈 스페이스 (OpenSpace) 형식의 워크샵을 통해 조직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7번, 문화적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세대차이, 문화차이, 성격차이. 차이(Difference) 라는 것은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차이를 잘 알고 활용하는 조직 문화에서는 ‘창의적 성과’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상하간, 팀이나 셀 등의 단위 조직간, 개인간 소통을 촉진 (Facilitation) 해주는 존재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 사고,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더 잘 교류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와 같이 개인의 차원에서 나의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1), 자기가 의도하는 바를 명쾌하게 말할 수 있으며(2),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3), 전체 상황을 제대로 읽은 후에 각 주체들을 설득해 낼 수 있다면(4) 개인 차원의 역량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조직의 차원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리더가 되어주고(5),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변화를 시스템적으로 만들어 내며(6), 다름을 갈등이 아닌 경쟁력의 원천으로 바꿔낼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7)가 된다면 조직 전체가 그 혜택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7가지 영역을 지금까지 다양한 산업군의 회사,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훈련하고 배워왔다. 앞으로 각 영역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지속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