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리모트워커스 캠프 사례로 알아보는 오픈스페이스 워크샵
2019년 가을, 스마트워크 디렉터 최두옥 대표, 베타랩 멤버들과 제주도에서 리모트워커스 캠프에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캠프에는 리모트워크를 도입하였거나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의 회사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연령대도, 주요 전문 영역도, 일하는 방식도 꽤 많이 달랐습니다. 이렇게 좋은 상황에서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은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사를 중심으로 최대한 자유롭게 교류하도록 도와주는 접근법이기 때문입니다. 3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18명의 참가자 분들은 각자 관심 주제를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논의 결과를 공유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통상 오픈스페이스는 하루 8시간 이상을 권하며, 인원수가 많아질 수록 다른 접근방식 대비 장점이 많이 드러나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참가자들의 자발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진행한 오픈 스페이스 진행 방식을 소개하고, 퍼실리테이터로서의 생각을 나눠보겠습니다.
테이블을 바깥쪽으로 치우고 의사를 갖고 원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현장의 공간을 담당하는 분이 낑낑대며? 미리 준비해도 좋지만, 참가자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경험상 더 좋습니다. 참가자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다른 공간에 대한 인식도 생기고, 워크샵에 대한 작은 오너십도 생기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워크샵의 방식, 이런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말씀드립니다. 자리 배치 이전에 강의 형식으로 짧게 해도 좋고, 원형 배치가 마쳐진 후에 해도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4가지 원칙과 1가지 법칙', 그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1가지 법칙'을 충분히 설명하고 요청 드리는 것입니다.
두발의 법칙 - 함께하는 시간 중에 학습도 기여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두발의 법칙을 사용해 더 생산적인 곳으로 가라.
워크샵의 대주제는 '리모트워크' 였습니다. 참가자들은 해당 주제에 대해 '궁금한 것, 함께 나누고 싶은 것, 조언을 듣고 싶은 것, 공감하려는 것'을 간단히 기록합니다. 모든 참가자가 필수로 발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발표는 일종의 세일즈입니다. "이 안건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이 와주세요"라는 광고이기도 하죠.
특히 발표자와 다른 연령, 다른 부서, 다른 직무에 온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이후의 워크샵은 더 얻을 것이 많아집니다.
발표한 각 소주제는 벽면에 게시하거나, 바닥에 가지런히 놓습니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하 필요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임기응변으로 바닥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소주제는 내용이나 맥락상 겹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 발제자들의 동의를 통해 주제를 합치는 경우도 생겨납니다. 한편, 인원수가 18명이고, 주제가 12개라고 한다면 모든 주제를 동시에 오픈할 수가 없습니다. 첫번째는 주제별로 논의할 사람이 너무 없어서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여러 주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기껏 발제했는데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없네'
'나는 두 개의 주제 모두에 관심이 있는데 동시에 논의되면 난 어디로 가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제의 개수를 한정해서 오픈을 합니다. (3,4개 정도) 그리고 토의가 끝난 주제가 생기면 순차적으로 다음 주제를 오픈할 수 있습니다.
우려와 달리 참가자들은 알아서 본인들의 관심사를 찾아가서 논의에 참여 합니다. 물론 한국인의 정서상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찾아가거나, 의리를 지키는? 분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발의 법칙'을 통해 많은 이들이 교류하는 것이므로 퍼실리테이터는 강제하지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참가자들에게 여러 방식으로 넛지 (살짝 리마인드 시켜주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오픈스페이스를 하면서 감동적인 순간은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그 자체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외로 자주 목격하는 아름다운 장면이 있습니다. 발제자가 논의를 하면서 기록을 병행하면 누군가가 알아서 나섭니다.
"자, 제가 정리할 테니까 진행하세요"
토의 내용은 해당 주제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이들이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경 써야 합니다.
다시 전체가 둘러앉아 논의된 전체 내용을 발표하고 함께 이야기 합니다. 발표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다른 참가자의 질문과 발언이 연결되기도 합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참가자들이 전체에게 참가 소감을 공유합니다. (대규모인 경우는 그룹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소감을 나누면 좋은 이유는 너무도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것은 '우리가 하나다'라는 인식의 형성입니다. 여전히 서로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서로 함께 잘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시간. 이 시간은 조직의 가장 어려운 숙제인 '조직문화'의 형성에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거 하루 만나서 얘기 나눈다고 해결이 되겠어?'
강의나 워크샵에 대해 냉소적 시각을 갖는 리더들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지요. 제한된 시간에 충분히 논의하기에는 이슈가 매우 크거나, 논의는 했지만 반짝 효과로만 그치는 경우도 분명 적잖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공감대'라는 것은 조직 문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내용적 성과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픈 스페이스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상 언급한 제주 리모트워커스캠프에서의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은 3시간 정도로 진행했습니다. 그 시간동안 오픈스페이스를 소개하고, 발제하고, 토의하고, 공유하고, 소감 나눔까지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의 적극적 참여 덕분이었지요. 적절한 진행과 운영 방식이 있다면 오픈스페이스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과 짧은 시간에도 가능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행사를 만들어 주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감사드리고, 참여하신 모든 멋진 분들과 베타랩 멤버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1. WHY에 대해 상기시키는 것은 중요하다.
-이번 워크샵은 각자 목적은 달랐지만, 참가한 이유는 명확한 편이었습니다. 크게는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실용적 관점), ‘리모트워크의 장단점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공감의 관점)
-그럼에도 시작 시점에 워크숍의 목적을 다시한번 상기시킴으로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2. 참가자들에 참여 기회를 더 제공하는 것이 좋다.
-오픈스페이스를 하기 위해서는 종종 책상을 모두 치우고 의자만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 시간에서 각 회사의 대표자가 사례 발표를 하였고, 오픈 스페이스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리 배치를 바꿀 상황이 생겼습니다.
-퍼실리테이터 및 현장 스텝 여러분들이 계셨지만 굳이 참가자에게 자리 배치를 요청하였습니다.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다수의 참가자가 한번에 작업을 하면 상당히 빠르게 정리가 되고, 참가자들도 워크샵에 더 관여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3. 무엇보다 참가자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 참가자들에게 자유롭게 발제해 달라고 하면 잠시 얼음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을 믿고 기다리니 한명 두명 발제를 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결론적으로는 18명 참가자들이 12개의 발제를 하고 발표해 주셨습니다.
4. 인원 대비 주제가 많은 경우는 나누어서 진행한다.
-18명이 동시에 12개의 주제를 논의하게 되면 주제당 몇 명이 모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4,5개의 주제를 먼저 오픈합니다. 삼삼오오 관심사별로 모여 논의를 하다보면 종료되는 주제가 생깁니다. 그때 새로운 주제를 순차적으로 오픈합니다. 동시에 논의되는 주제가 평균 4개 내외가 되도록 조정합니다.
-논의를 하다보면 다른 주제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함께 논의를 하여 결과를 정리하도록 하여 효율을 높입니다.
5. (이슈) 정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할수 있도록 요청한다.
-발제자는 논의를 진행하면서 내용을 기록합니다. 대체적으로 기록을 잘 해주셨지만, 논의에 참가한 사람들만 알아볼 정도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모든 참가자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기록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함을 여러 번 알리는 것도 필요할 듯 합니다.
6. (이슈) 두발의 법칙은 좀 더 독려할 필요가 있다.
-억지를 쓸 필요까지는 없지만, 사람들이 여러 주제를 자유롭게, 적극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도록 촉진하는 장치, 역할은 지속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 스페이스에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존재하는 이유가 재확인 되었습니다.
7. (숙제) 사후 관리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
-오픈스페이스 워크샵은 그 과정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 이동하며, 같은 관심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얻을 수 있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하지만, 워크샵이 끝난 이후에 어떻게 사후 관리를 할지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번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열어 자료들을 공유하였습니다. 물론 이 글도 오픈 채팅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다음 글에 쓰겠지만 리모트워크라는 논의 내용과, 오픈 스페이스라는 논의 형식에도 공통점이 있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결국 미래의 일하는 방식은, 그 사람을 충분히 검증하되, 그 검증이 끝나고 나면 온전히 신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리더나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일은 그들이 잘 일하고, 잘 논의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구요. 다음 글은, 리모트워크에 관한 논의의 내용입니다.
리모트 워크에 관심있는 분들,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