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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23. 2017

친구와의 한끼 식사

@dinning R.seoul

정성스런 한끼의 식사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나누는 일은 참 행복한 거다. 출국 전 마지막 날, 절친 이박사 부부와 알렉 강차장과 함께 Dinning R 에서의 오붓한 저녁 식사를 나눴다.

Dinning R의 푸드 스타일리스트이자 owner인 여진씨의 특별한 솜씨를 다시 한번 맛보게 되고, 국가간의 연구 협력관계로 세계의 여러 비밀스러운 곳을 돌아 다니기도 하는 벗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나눠지는데..

.. 그곳은 다른 세계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시간이 멈춘 듯 보였어. 
아주 추운 나라의 어느 한 곳을 둘러본 감흥을 이야기하는 승훈의 이야기에  난 그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히 그려졌다.
.. 그곳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기차를 통해서 만인데 한 열시간 정도 걸렸어. 부락을 둘러싼 숲들도 그리 울창하거나 멋지게 조성된게 아니었어. 볼품이 없더라고.. 장병들과 가족들은 그곳에서 숙명처럼 그렇게 평생을 살고 있는거야.

낮고 느린 목소리로 담담하게 이어지는 벗의 이야기는 낮설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게 떠오른 '백년 보다 긴 하루' 라는 카자흐스탄 작가의 작품 때문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들은 거의 묻지마 수준으로 사서 읽던 시절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비롯해 아멜리 노똥, 폴 오스터 그리고 왕년의 스타 솔제니친과 새로운 러시아 작가들이 있었다. 탁월한 선택의 작가들과 그 작품성은 말할나위 없었지만 내겐 열린책들의 서적들을 좋아할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보통의 책들보다 적당히 작은 사이즈에 튼튼하고 두터운 하드커버, 그리고 매우 감각적이며 내용에 적절한 표지 디자인 때문 이었다. 한국에 살때 광화문 교보문고나 삼성동 반디앤루니스 에 들를 때면 언제나 열린책들 코너 주변에 서성이며 신간을 찾곤 했었다.

막 쏘아 올려지는 거대한 우주선 로케트, 그 옆의 자그만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는 사람 그리고 그 두 아이콘을 감싸며 비상하려는 하얀 새.. 그렇게 집어든 그 카자흐스탄 문학작품의 내용 표지의 디자인 보다 훨씬 더 고독했고, 기이했으며, 아름다웠다. 느림과 극초음속의 극적 대비, 대평원을 가르며 끝없이 이어진 한줄 철로의 나른함, 낙타와 실갱이 하며 살아가는 노마드 인간들과 어딘지 모르지만 지구 종말적 분위기를 한껏 풍기며 존재하는 냉전시대의 기지에서 발사되는 로킷..  친구가 방문했던곳이 아마도 이런 곳이 었을거다.

대전 연구단지에서 먼길을 달려온 승훈 부부와 Dinning R 에서의 만찬 후, 알렉의 제안에 따라 우리는 약간의 입가심을 위해 이곳 꼬치구이 집에 왔는데 예전 스타일의 단순한 꼬치 요리가 아닌 신세대들의 감각이 살아있는 즐거운 요리였다. 각종 육류와 야채, 그리고 큼직한 버섯들이 숯불에 제대로 구워져 나왔는데 맛도 좋았지만 프리젠테이션이 쿨했고 다양한 꼬치를 빼먹는 재미 역시 좋았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살며 서로의 안부 정도만 살피다 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며 지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음이 얼마나 즐겁고 감사한지..


see you guys again anytime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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