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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8. 2018

couldn't be more peaceful

@jack fish lake.sask

낚시를 하면서 책을 읽는다. 물고기 녀석들이 물거나 말거나 책을 읽다가 가끔 한번씩 rod가 끄덕이는지 바라볼 뿐인데 이 눔의 Dan Brown의 소설은 생생한 스토리들이 영화처럼 눈 앞에 펼쳐져 가는 통에 낚싯대 바라보기는 영 뒷전이다.  낚시를 하러오는 차안에선 주로 쇼팽의 왈츠 곡을 듣는데 물고기 녀석들과 놀 생각이 충만해진다.

이게 내 스타일의 낚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타수를 줄이는 노력 보다는 페어웨이 가운데 서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싱그러운 풀 내음 속에 지나는 짐승이나 새들 바라보기가 더 좋을 뿐이다.

이곳 잭 피쉬 호수는 내가 좋아하는 바트카 호수의 삼분의 일 정도의 크기지만 가족들이 피크닉 삼아 나오기 딱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에 둘러 쌓여 귀여운 곰들도 자주 돌아 다닌다. 오늘도 이곳으로 오는 하이웨이를 드라이브 하던 중 어여쁜 어린 곰 한마리가 부리나케 도로를 뛰어 건너고 있었다. 잭 피쉬 레이크의 fishing dock 은 보통 일찍 온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있어 낚시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마침 아무도 없었다. 난 낚시는 멀리 던져 놓고 댄 브라운의 무지 그럴듯한 썰에 빠져 들었다.

댄 브라운의 2017년 작 Origin은 내게 더 흡인력이 있다. 젊었을적 연구소의 내 연구 theme 이었던 인공지능이 소설속 조연으로 등장하고 "사이언스와 테크놀로지" vs "religion" 이라는 거대하고도 흥미진진할수 밖에 없는 파라다임 충돌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호수 저편 나무 어디에선가 머리 단단한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아 댄다. 그 소리가 먼 거리때문에 기분 좋은 저음으로 울려퍼지는 가운데 머리가 크고 부리가 엄청난 물총새가 내 앞을 저공 비행으로 지난다.

사방에 가득한 생명체들의 지저귐과 날개짓, 그리고 물속의 퍼덕임과 첨벙거림 역시 가득했지만 인간은 나 하나 였다.

한시간여가 지났을까. 젊은 부부가 오렌지색 트럭(pickup truck) 을 몰고 강아지와 함께 낚시를 하러 왔다. 내 옆 deck에서 소곤 소곤 조용히 낚시를 하다 떠났는데 그 강아지 녀석은 ADHD 성향이라 연신 낑낑거리며 분주한 모습이었고 주인 부부는 내게 방해가 될까봐 녀석을 진정시키는 모양이었다. 그 예의 바른 젊은 부부는 반대편 길로 떠났었는데 삼십여분 뒤에 다시 지나 가면서 트럭 창을 열고는 젊은 아낙이 내게 소리쳤다.


- Excuse me! We saw a bear 500 meters around!

- Is it a big one?

- No, it's a baby!

- Actually I saw a cub running across the highway! : )

- Maybe it is the same guy! : )

- Thanks anyway. Have a good one!! : )

새끼 곰일지라도 보통 어미 곰이 함께 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수 있어 내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이웃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내 마음은 더욱 훈훈해졌다.

호수에 비친 떠가는 구름의 모습은 언제봐도 평온하다.

아련한 소음에 고개를 잔뜩 꺽어 바라보니 깨끗한 비행운을 남기며 한대의 비행기가 천천히 날고 있었다. 내 아이들이 살고 있는 토론토로 날아가는 비행기다. 아이들에 대해 쌓이는 그리움 조차 평화로운 하루다.


Talk to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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