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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r 20. 2019

봄이 왔다

 @the Prairie

거의 3,000km 나 떨어진 퀘벡의 산업도시 세그네이(Saguenay)에서 거대한 헤비 듀티 픽업에 작은 트레일러까지 달고 36시간을 달려 앙드레가 왔다. 나머지 팀원들은 이틀뒤 비행기로 도착한다. 지난 2년간 앙드레와 그의 팀원들이 내 호텔에 묶은 날은 합산해서 서너달이 족히 넘어 앙드레의 회사가 내게 지불한 숙박료만 해도 수만불이 넘는다. 퀘벡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생산하는 회사의 팀장인 앙드레는 이번에도 기존 시스템의 확장을 위해 내 호텔에서 20여일간 묶을 예정이다. 난 이상하게도 프렌치 캐나디언들과 잘 통한다. 좀 어눌한 영어가 귀엽고 프렌치 악센트 역시 내겐 정겹다. 담배도 엄청 피우고 술고래들 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엔 이들을 데리고 나가 골프까지 함께 했었다. 그런데 팀장인 앙드레 만이 담배는 커녕 술도 일절 하지 않았었다. 캐나다 해군 출신인 앙드레는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프로젝트 일정관리는 더욱 철저 했었다. 팀원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그랬던 그가 오늘 다시 왔다. 원래 하루 늦은 일요일에 첵인 예정이었는데 하루 일찍 온거다. 알고보니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 오호, 그럼 한잔 해야지! 체크인 후 내 Bar로 오라 했고 맥주 두어잔을 샀다. It's on me! 내가 낼겨! 그렇게 젊잖게 시작했건만 우린 완전히 blackout이 되버렸다. 술을 전혀 못하는줄 알았던 앙드레는 일년에 단 하루, 자신의 생일엔 마신다는 것. 구뤠? 좋다 마시자.. 이렇게 되버리는 바람에 앙드레와 같이 온 에릭과 더불어 내가 가져온 글렌피딕과 글렌리벳 스카치 두병을 비웠고 맥주는 셀수 없을 정도로 마셨다. 에고..

앙드레가 오자 마자 난 바에 있던 손님을 거의 쫒아내듯 내보내고선 술집 문을 닫아 걸었다. 정겨운 가족들 이야기가 오가고, 캐나다 정치 이야기도 오가면서 현 수상 저스틴 트뤼도를 욕할때는 40도의 스카치가 달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치인들을 안주거리로 삼는건 똑 같다. 서로가 좋아하는 음악을 유튜브 채널로 경쟁적으로 틀어가며 춤을 추기도 하면서 기분 좋게 술이 자꾸 들어 갔다.

Bar 벽에 걸려 있던 버팔로 머리통을 보며 앙드레가 좋다 하길래 내가 마침 하나 더 가지고 있었기에 생일 선물로 줬다. 마치 오랜 친구를 오랫만에 만난듯 우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거워 했다.

내가 프렌치 캐나디안을 좋아 하는건 한때의 내 바램 때문인것도 있다. 아주 오래전 내가 회사에 근무할적, 마운튼 뷰의 우리 사업본부 헤드 쿼터에서 언제나 처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당시 글로벌 팀의 모든 스텝 멤버들 예닐곱 동료들과 아시아-호주를 담당하던 나, 유럽 매니져 월터 멩겔, 북미 매니져 스캇 스나이더, 그리고 일본 매니저 나카무라상이 모여 몇박 며칠에 걸친 끊임없는 회의를 하고 있었다. 당시 사업부의 개편을 위해 우린 허구 헌날 모여 전세계의 국가별 사업부에 적용할 글로벌 methodologies, process standards, project management,  Knowledge management  등등의 인프라 표준들과 방법론, 그리고 프로세스 표준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Worldwide team의 멤버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한 이름 나있는 동료들이었데 우린 가족처럼 지내고 있었다. 한번은 회의 도중의 break 시간에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잡담를 하다 내가 자못 심각하게 이렇게 말했었다. 헤이, 난 말이지.. 프렌치 악센트로 영어를 하는게 꿈이야..  내말을 들은 동료들간에는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보스톤에서 온 제니퍼 맥킨타이어 부터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소리쳤다. 피터가 불어식 영어 발음이 꿈이래!!! 다들 박장 대소.. 그리곤 다시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난 그 노처녀 미국 동료들인 제니퍼와 데비 맥아이잭, 글구 심지어 젊잖은 데보라 플럼니 할머니로부터도 놀림감이 되어 버렸다. 15년도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친구들의 이름은 또렷하다. 좌간 당시엔 내 말이 왜 그렇게 우스꽝 스러운 코멘트가 된건지 난 전혀 이해를 못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보게된 영화 '핑크 팬더'를 보고 나서야 당시 다들 왜 그렇게 웃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불어식 영어가 얼마나 웃길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그 영화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ㅎ

봄이 왔고, 앙드레도 다시 왔고, 내 호텔 리쿼 스토어도 30% 정도 매장 크기를 늘렸고 손님들이 자꾸 더 많아진다. 감사..


Life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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