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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 Jul 25. 2019

Beretta

@ the range

미루고 미루다 갑자기 따버린 캐나다 총기 면허 firearms PAL을 받고 나서 처음으로 구입한 총이 샷건 이었다. 이태리의 베레타는 개인 화기를 생산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제조사인데 오백 년이 넘게 베레타 가문은 각종 총포류를 생산해 오고 있다. 오래전 중미의 나라 온두라스에서 경찰 SWAT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 그들이 사용하던 베레타 소총을 사격해본 적도 있었고 미군의 제식 권총이었던 M-9 또한 너무나 유명한 권총이었던지라 그 유명세 때문에 별 주저함 없이 그냥 집어 들어 샀던 것이다.

빨리 사고 싶은 마음에 30인치 총열이 얼마나 긴 건지, 쌍열(double barrel)의 두발 발사만 가능한 break-action 인지 아닌지, 12 게이지 3인치 탄이 너무 크고 부담스러운 kick(반동)을 가진 건지 아닌지, 막 사용하기엔 좀 고급스러운 게 아닌지 등등.. 제대로 된 리서치가 전혀 없이 시내에 있는 몰의 아웃도어 코너에서 덥석 집어 들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삐에뜨로 베레타의 삐에뜨로(Pietro)는 내 세례명인 피터의 이태리식 이름이기도 했고 피노키오를 만들었던 쥬세페 할아버지의 장인 정신이 남아 있는 듯한 베레타 엽총은 총기계의 페라가모라고나 할까.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아래 영상은 우리 건 클럽에서 올해 처음으로 개최한 스키트 슈팅 행사에서 처음으로 내 베레타를 가지고 참여해 사격해본 것이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30 인치의 너무 긴 총열은 보기엔 멋지고 산탄의 비거리가 좀 더 나가긴 하지만 28인치가 적당했었다. 12 게이지 3인치 탄은 다양한 동물을 사냥을 위한 강력한 탄이지만 나같이 스포츠 사격만 하는 이들에겐 필요 이상으로 강력하고 비싼 탄이었다. 그리고 스키트 슈팅의 재미를 위해서는 두발만 허용되는 break-action 쌍열 이어야지 반자동은 아니었다. 반자동이라 총의 액션 부분을 꺽어 탄피를 멋지게 배출해 내며 느긋하게 탄을 로딩하는 클래식한 유럽 엽총의 분위기가 날수 없었다. 그리고 고급 이태리제 호두나무로 중후하게 표면 처리된 개머리판은 혹여 흠집이나 dent 가 날까 쓸데없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 마지막으로 1,800 불에 달하는 가격은 지금 생각하면 많이 비싼 것이었다. 그 정도면 그럴듯한 미제 장총 두세 정은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이제 내 친구가 되버린 지 오래다. 좀 다루기 힘들고 버거운 친구이긴 하지만. 인간이든 사물이던 인연은 이리저리 해서 시작되기 마련인 거다.

2주전 일요일 친구와 신나게 스키트 슈팅을 번갈아 하다가 사격용 귀마개 착용을 깜박하고 방아쇠를 당겼었다. 아이구 천둥소리.


Talk to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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