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shin Jun 11. 2020

아름다운 지구(feat. Northern Pike)

@the lake of Batka

이곳에 오는 거의 모든 이들은 이 호수가 자신만의 비밀스런 천국이라 여긴다. 역시 그렇다. Batka is my own paradise. 주로 아무도 없거나 그저 두어팀 정도의 가족들이 느긋하게 쉬다 간다. 이 호수는 주립 공원을 관통하는 하이웨이에서 벗어나 비포장 도로를  한참 달려와야 한다. 그래서 주민들 말고는 일반 관광객들은 이곳을 잘 모른다.

올해 처음으로 호수에 나왔다. Covid-19 때문에 겨우 지난 주에야 이곳 주립공원이 문을 연 탓도 있었고 집에서 30여 킬로 떨어진 곳이라 바로 집앞에서의 강 낚시에 빠져있던 나로서는 잠시 이곳을 잊고 있었건 거다.

사람들이 없음에 새삼 고마운 심정에 빠진다. 서글프게도 우리 인류는 이제 주변에 보이는 인간들의 수가 적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수록 안전함을 느끼는 전대미문의 시대로 접어들지 않는가..

하이웨이 건너편에 있는 호수는 너무 크고, 곁에 있는 호수는 너무 작은데 반해 바트카 호수는 압도적이지도 소박하지도 않아 좋다. 호수 주위에 둘러진 높은 침엽수들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신비하고, 멀리서 목탁소리 처럼 울려 퍼지는 딱다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코믹한 이곳에서 난 책을 읽고, 낚시를 하고, 토론토에서 방문하는 딸아이와 아들과 함께 카누도 타고 카약도 타고, 바베큐 파티를 하곤 한다.

I got a bite at the very first cast! It was a two-foot northern pike, aka jack fish. 난 강에서 주로 월아이(walleye)를 낚는데 이곳 호수에는 파이크가 훨씬 많아 주로 이 녀석들을 낚게 된다.

이곳 캐나다의 민물고기들은 크고 무거워 난 이제껏 네개의 reel을 부러뜨렸다. Reel shaft가 부러지고 휘어졌었다. 그래서 이번엔 Shimano 로 교체했는데 역시 reeling 이 안정되고 fight가 즐거웠다. ㅎ

작년 5월 건너편 아주 큰 호수에서 낚인 거대한 파이크. 알고 지내는 동네의 젊은 친구가 낚은건데 이날 내게 사진을 보여준 거다. 이 몬스터는 바로 호수로 돌려 보냈다 했다. 도데체 말도 안되는 크기지 않은가. 녀석의 크기와 생김새 때문에 악어를 뜻하는 게이터(gator) 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기도 하는데 입이 좀더 뾰족한 gator fish도 동종 파이크 계열 이다.

마침 녀석은 바늘을 삼키지 않고 입술로만 물어 호수로 되돌려 보낼수 있었다.

파이크는 월아이에 비해 훨씬 크게 자라고 사나운 물속 최강의 포식자인데 녀석의 fight 이 보통이 아니라 손맛이 엄청나다. Bite 때나 끌어 올릴때 우당탕탕 장난이 아니다.

파이크의 생김새나 유영하는 모습, 그리고 그 막강한 힘은 이 물고기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충분하다.

이곳엔 하늘로 치솟은 멋진 침엽수림과 자작나무 숲이 있고, 푸른물 가득한 많은 호수들과 그러한 넉넉한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곰, 무스,  사슴, 늑대, 코요테, 비버들을 비롯해 독수리와 각종 텃새와 철새등 셀수 없이 많은 조류와 거대한 물고기들이 있다.

하지만 겨울이 너무 길고 혹독해 작은 수풀성 식물들은 별로 없고 꽃이 귀하다. 그래서 곤충 역시 드믈다. 이곳에 살면서 짧은 봄과 여름을 맞이할 때마다 그리운 것은 한국에서와 토론토의 도시 생활에서 함께 했던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다.

파릇하거나 고동색으로 피어나는 여린 잎들이 햇살을 받아 투명해지면 꽃만큼 이뻐지긴 한다.

그 귀한 꽃들이 아주 작고 깨끗한 모습으로 수풀속 이곳 저곳에 피어나 있었는데, 난 감동을 받을 정도로 기뻤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녀석들이 저물어 가는 햇살속에서 수줍고 곱게 피어나 있었다.

심지어 포도 송이 같이 피어난 꽃들도 있었다.

꽃송이 앞엔  초록색 의자가 스쳐 보이고 바람이 불면 걸치고 싶은 스웨터가 걸쳐져 있다. 파라다이스의 기운이 조금 비치지 않는가. ㅎ

엽록체에 햇살이 당도하면 그들의 파라다이스 역시 완성된다.

햇살이라는 무형의 에너지는 세상 모든 생물의 대사를 주도하거나 촉진시키며 지구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inflatable kayak을 가지고 내려온 아낙은 멋진 강쥐와 함께 했는데 dock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강쥐는 꼬리를 흔들었다. 내가 이리 오라 손짓을 했더니 바로 왔고 난 녀석의 머리와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 She is friendly. 아낙이 내게 말했다.

- I am pretty sure of that. What's her name?

- Kempion.

- Lovely! She likes water?

- She loves it!

- Can I take some photos of you guys?

- Oh, sure.

나와 잠시의 대화를 나눈 후 그녀와 켐피온은 카누를 타고 호수로 저어 갔다.

Yes she is one of the luckiest and mature dog appreciating the beauty of our planet..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낚시를 드리운채 난 주변의 마이크로 코스모스 탐사에 나섰다.

역시 아주 작은 이 거미는 주변에 거미줄을 치고선 인내 모드에 빠져 있었고

셔츠 소매에 날아와 앉은 잠자라는 내가 사진을 찍거나 심지어 날개를 쓰다듬을때도 날아가지 않았다.

호수로 돌려 보내기 전 잠시 재갈을 물려둔 파이크 녀석을 사진에 담으며 녀석을 관찰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휙휙 보이는 하늘과 구름, 호수와 늘어선 나무들은 캐나다의 전형적 풍경을 보여 준다.

홀로되신 연로하신 부친을 가능한 자주 찾아뵙기 위해 적어도 두달에 한번은 한국을 방문하겠다 했던 내 다짐은 창궐하는 역병에 의해 산산히 깨져 버렸다. 지난 8월, 11월, 그리고 올 1월 까지 내 약속은 당연하게 이루어 졌으나 그 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난 코로나 이전 세상의 마지막 서울, 마지막 공항, 그리고 마지막 비행기를 던거다. 3월에 예약했던 한국 방문 비행편은 취소되었고 올해 연말까지 연장된 재 예약은 실현이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so sad..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벌어지는 팬데믹 재앙은 인간이라는 종의 철학적, 생태학적, 그리고 존재적 질문을 마구 던진다. 지구 생태계의 초강자로 오랜동안 군림해 왔던 제왕적 인류는 이제 생물종으로 분류조차 되지 못하는 바이러스 집단에 의해 그 삶의 행태조차 바꾸지 않으면 안될 신세로 전락했다. 물리적으로 훨씬 덜 사회적인(much less sociable) 종으로의 변환을 꾀할수 밖에 없는 인간이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여 그에 따르는 새로운 표준과 규범, 그리고 문화를 정립해 나갈지 흥미진진 하기도 하다.


Stay safe anyhow folks.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호수.. 장 그르니에의 '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