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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21. 2021

공간의 향기

가을비 내리는 월정사 2021

가을은 신록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金剛力士는 가을로 향하는 법문을 활짝 열었고 가을비에 세안을 마친 청초한 들국화는 가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막 들어서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 설렌다.

이 공간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 간절한 바람, 고뇌와 번뇌로부터 자유로워 지기 위한 부단한 정진 등 인간들의 열띤 향연엔 아랑곳없이 월정사의 앞마당, 뒤뜰, 그리고 담장 아래의 나무와 꽃, 수풀들은 조용히 푸르게 자라나며 어여삐 물들어가고 있었다.

코스모스는 구층석탑이 축조되기 훨씬 오래전 부터 피고 있었고 우리 인간들이 다 사라지고 난 후에도 피고 피고 또 필것이다.

내 계절 역시 새로운 계절로 접어든다. 생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나 역시 설렌다. 많이 변한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 역시 나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계절의 모습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내게 물어본다. 내 몸의 내구연한은 이제 보증기간을 넘어서고 있지만 내 마음과 영혼은 신록처럼 새싹이 돋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i am so happy.

높은 산, 깊은 계곡,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내는 깨끗함과 순수함을 가득 담은 물이 땅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며 더욱 맑아진 약수는 목마른 구도자들에겐 생명수 이상의 도반일 것이다.


한국은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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