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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Mar 31. 2021

제 아내는 (2)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아내는 영주권을 받고 몇 달이 지나면서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요리사로 3년 넘게 주방 일을 하는 동안에 웍팬을 다루면서 팔목 인대가 늘어나 있었고 더불어 어깨 상태도 안 좋았다. 더 심한 것은 불을 가까이하며 일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먼지와 열기로 호흡기 질환까지 생겨 총체적인 건강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내가 결정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자주 입안이 온통 헐고 혓바닥이 벗겨져 며칠 동안 물 한 모금도 못 마실 정도가 되면서 본인 스스로도 이러다가 정말 못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어서 영주권을 스폰서 해주었던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요리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캐나다는 새롭게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LINC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평일 저녁시간에 각자 레벨에 맞는 클래스에서 영어공부하면서 새로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었는데, 마침 아내의 클래스에 중동에서 온 젊은 아줌마 캐나다에 와서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이홈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내아이들과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니 데이운영에 대해 알아봐야 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우리가 몇 년간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동안에 유아반을 책임지고 가르친 경험이 있긴 지만 직접 아이들 여러 명을 식사까지 준비하고 돌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하며 내가 걱정하는 사이 며칠 후에 아내는 벌써 Childcare License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등록을 마친 상태였다. 그 후 Childcare 교육을 받고 자격증 시험을 통과해 Childcare License를 받았다. 한동안 교육을 받으며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해서 그런지 건강도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유아보육 자격증을 취득하고 난 후 응급처치를 위한 First Aid Certificate와 CPR 교육까지 이수하고 정부를 대신해서 관리를 전담하는 에이전시에 Dayhome Provider로 등록을 마치고 2014년 5월에 데이홈을 오픈했다.

Alberta주정부에서 정해 놓은 법에 개인이 가정집에서 운영하는 데이홈은 총 여섯 명이 제한 인원이고 (연령별 기준이 보통 두 살 이하는 두 명까지 세 살 이하는 세 명까지 제한이 있총원은 여섯 명을 넘을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한 교보재나 놀이기구 등을 준비해야 하며 캐나다가 다민족의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임을 나타내듯이 다양한 민족의 문화에 대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을 기본으로 구성하게 한다. 그리고 정부를 대신해서 프로바이더를 관리 감독해주에이전시에서 한 달에 한번 불시에 방문해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사고나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데이홈에서 사용 중인 교보재나 커리큘럼을 체크해서 문제가 없게 조치하는 등 데이홈의 안전문제와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한다. 

아내는 지금도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퇴근하고 나서 아이들을 잠깐씩 봐주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을 보는 일이 그리 쉽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아이들이 귀엽고 예쁘지만 퇴근해서 10분이 지나면 그 약효는 사라져 버린다. 아이들과 잠시 놀아 주는 것도 힘이 든다. 그런데 아내는 아침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여섯 명의 아이들을 돌본다. 정말 대단하다! 다행히도 교육대학 3학년에 다니고 있는 우리 집 둘째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을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자주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도 아내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아내는 아이들이 배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바꿔주고, 교보재와 놀이기구를 준비해주고, 일주일 단위의 식단을 짜서 아이들의 부모들이 볼 수 있게 입구에 붙여놓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아내는 아이들과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함께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고, 알파벳과 낱말을 공부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뒷마당에서 뛰기도 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우리 집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어렸을 때에는 내가 직장에 매여 있어서 잘 모르는 사이에 지나갔지만 당시에도 아내가 항상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며 놀아준 것이 기억난다. 이렇게 아이들이 매일 같이 뛰어다니고 항상 시끌벅적한 데이홈을 운영하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나의 대단한 아내이다. 그렇게 행복한 아내를 바라보는 나도 더불어 행복해진다.



아내가 데이 홈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정말 정성을 들여서 돌보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대기자 명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 있는 데이 홈이 되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돌봐준 아이가 동생을 본 경우에는 엄마들이 전부 둘째를 다시 맡기겠다고 했다. 변호사인 Ray엄마Ray의 동생을 갖자마자 아내에게 대기자 리스트에 올려줄 것을 부탁했고, Ray의 동생 Terry가 돌이 지난 지난해 11월부터 형제가 다니고 있다.

데이홈을 열었던 초기에 돌봐 주었던 Reid엄마가 간호사였는데 육아일기를 매일매일 기록해 달라는 부탁을 해서 아침에는 아이 엄마가 지난밤 아이의 컨디션이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간단히 적어오면 아내는 빠짐없이 우리 데이홈에서 그날 있었던 일들, 아이의 컨디션, 먹은 음식들과 배변활동, 낮잠시간, 놀이와 학습 활동 같은 데이홈 생활에 대한 내용과 아내가 새롭게 발견한 아이의 발달상황 등을 아침에 받아 놓은 노트에 자세하게 적어서 집에 갈 때면 아이의 엄마나 아빠에게 들려 보내기를 무려 3년 반 이상을 두툼한 노트로 열 권 넘게 만들어서 보내는 정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Reid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매년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가족사진으로 만든 카드를 보내오고 있고, 아내와 가끔 안부 전화도 주고받으며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 부모가 인터뷰를 할 때 데이홈에 대한 레퍼런스를 원하면 해줄 테니 Reid 엄마의 전화번호를 전해줘도 된다고 할 정도로 지금도 아내를 신뢰하고 있다.

이야기를 하나 더 꺼내자면 작년 연말에 Stanley 엄마가 둘째를 낳았을 때였는데 캐나다에 친척이 하나도 없어서 Stanley 엄마가 아기 낳으러 병원에 머무를 동안 코비드 상황의 팬데믹이라서 아기아빠는 병원에 대기할 수 있지만 세 살짜리 아이인 Stanley는 함께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면서 Stanley를 맡길 곳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말을 듣고는 Stanley 엄마에게  걱정을 다한다면서 Stanley를 우리 집에서 이틀 동안 데리고 있었다. 그 녀석이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안방 침대에서 코를 골면서 잔 것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Stanley가 이틀 동안 울지도 않고 엄마 아빠를 찾지도 않아서 다행이었다. 중국 사람인 Stanley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한동안 아기에게 젖을 못 먹일 정도모유가 안 나와서 고생을 하고 있단 말을 듣고는 바로 소고기 미역국을 들통으로 한가득 끓여서 Stanley 아빠 차에 실어 보내주자 미역국이 어떤 음식인지 전혀 몰랐다가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모유가 잘 나오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얘기를 듣고 너무 감동을 받았는지 Stanley 엄마는  캐나다에서 친정엄마를 만난 것 같다면서 대성통곡을 했다. 아내는 그녀를 달래느라 한참을 애먹었다. 잘하지 못하는 영어로 통화하면서 사람을 감동시키고 대성통곡을 하게 만드는 여자가 아내였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https://brunch.co.kr/@peteryi/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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