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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Sep 04. 2020

코로나시대의 사랑법:스킨십 없이 살 수 있나요

아나운서 출신인 한 방송인이 결혼한 지 1년이 채 안되었는데, 신랑과 코로나시대가 된 이후에는 키스를 한 번도 안 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해당 방송을 시청한 게 아니라, 연예기사 헤드라인이 하도 호들갑을 떨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클릭을...) 물론 그의 신랑은 연애 전부터 키스보다 뽀뽀를 선호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창 신혼인데!


얼마 전에 서장훈은 <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손깍지를 끼고 걷는 재연커플을 보며 주우재가 부러워하자, "손깍지 끼면 안돼~~"라고 짐짓 단호하게 얘기했다. 왜냐고 묻자 "코로나 조심해야지" 란다. 평소 깔끔하기로 소문난 서장훈답다 싶은 마음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평소 건강염려증 환자라 불릴 만큼이나 건강에 관련된 습관이나 예방법 등에 예민하고 관심이 많다. 건강을 고려해 염분의 소량 섭취를 위해 국물을 거의 안 먹는 식습관, 20대 후반부터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던 습관은 기본이고,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를 3회나 맞아야 하고 1회당 비용이 굉장히 비싸던 아주 오래전에도 망설임 없이 예방접종을 마쳤다. 코로나시대가 되어서는 그 얘기를 듣지 않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화장실 변기 뚜껑을 꼭 닫고 물을 내리는 습관을 이해를 못하거나, 외출하고 돌아와 사무실 자리에 앉기 전에 손을 씻고 오면 유난스럽다고 한마디를 보태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무실에서 머그컵의 손잡이까지 꼼꼼하게 설거지하는 날 보며 새삼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후배도 있었다. (컵 안쪽만 설거지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런 내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애인이 어느 날 물었다. "자기 만약에 나 때문에 코로나 걸리면 나 원망할거야?" 둘 다 요즘엔 더더욱 조심하며 지내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원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비상식 선에서 일어날 법한 일 뒤에 감염이 되어 나까지 전염이 되었다면 충분히 원망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그렇지 않기에.


코로나시대엔 연인 간의 스킨십도 자제하는 게 맞을까? 둘 중 한 명이 의심 증상이 있다면 며칠간은 만남을 자제하고, 그러면 스킨십도 없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킨십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연인 사이의 스킨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뽀뽀는 애정표현의 첫걸음이며, 연인사이에서 스킨십을 빼면 거의 애정 제로 상태로 수렴한다는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어떤 의심 증상이 없어도 강력한 거리두기 차원에서라도 코로나시대에는 스킨십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의견도 맞다. 다만 그런 성향의 사람과 이런 나는 결코 맞지 않을 것이므로, 중요한 지점에서 늘 의견이 잘 맞는 애인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키스가 자신감도 높여주고, 다이어트도 되게 해 주고,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까지 탄탄해지게 돕는다는데. 이런 효능(?)은 둘째 치고라도 기분이 조크든요.


코로나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뽀뽀를(때론 키스를) 한다. 만나면 인사로, 함께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각자의 일정으로 헤어지기 전에, 틈만 나면 언제라도. 다만, 스킨십을 하기 전에 "자기야 손 잘 씻었죠?"라고 확인하는 단계가 추가되었다.


친구가 찍어준 우리의 뽀뽀짤이 있지만 여기에 공개하기는 무리인 듯 하여 패스하고 의미없는 사진을 넣어둡니다...


코로나시대에도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사랑하자. 스킨십이 중요한 커플은 계속해서 스킨십을 열심히 하고, 스킨십이 조심스러운 커플은 언어나 눈빛으로의 애정표현을 늘림으로서 애정질량을 보존해가며. 코로나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존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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