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두 남녀가 만났다 헤어진 그 순간이 연애의 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두 남녀가 만났다가 헤어진 이후, 어느 한쪽에서 미련이나 후회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때까지는 (온전치는 못하겠지만) 연애가 계속되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게도, 헤어진 이후에도 몇 년 동안 잊히지 않고 내 삶에서 함께했던 누군가가 있었고, 헤어지자마자 언제 만났었냐는 듯 잊히고 마는 누군가도 있었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잊히지 않는 게 더 좋을까, 빨리 잊혀져버리는 게 더 좋을까. 프레임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뒤바뀌곤 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지에 대한 결정은 결국엔 내리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한 가지는 한순간이든 한 계절이든 서로로 인해 가늠도 되지 않을 만큼 성장할 수도, 무너뜨려버릴 수도, 있다는 것뿐.
100%의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던 어젯밤. 잠시나마 마음 한 구석이 아팠던 후배 덕분이었고,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음악 때문이었고, 내가 좋아한다며 수줍게 후배에게 보여준 배우가 하필 그날 헤어스타일도 연기도 어설펐고, 단 한 잔이었지만 맥주 때문이었다고 하면 약간의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잠들지 못했지만 꽤 괜찮은 밤이었다.
4년 전 오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