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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Oct 02. 2020

40대 다운 연애는 뭘까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아이돌 음악처럼 상큼하고 싱그러우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박보검과 박소담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시 20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저렇게 20대처럼 뜨거울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 뜨거우면 식는 순간이 여실히 느껴지게 될까 봐 적당한 온도가 더 좋다는 생각으로 살다가도, 가끔은 그들처럼 뜨겁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그게 사랑이든 인생이든 그 무엇이든.


<청춘기록> 박보검 박소담의 빗속 댄스씬에 너무도 설렜다


20대 다운, 30대 다운 사랑은 잘 알겠는데. 그동안 그런 사랑을 해온 것도 같은데. 40대 다운 사랑은 뭘까? 궁금한 분들이 많은지 내 브런치에는 '40대 연애' '40대 사랑'을 검색해서 들어오는 분들이 하루에 한 두 명 이상은 된다. 아마 주변에서 40대 커플을 볼 수 있는 사례가 현저히 적기 때문일 것이다. 레퍼런스가 다양해야, 나도 이러고 싶다 아니면 저러고 싶진 않다 등의 마음이 생기고 이상향도 생길 텐데. 그리고 20대의 연애는 저렇게 '청춘기록'이라는 싱그러운 표현으로 쓸 수 있는데, 40대의 연애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중년기록'? 왠지 너무 무겁잖아. 포스트(post)청춘기록? 슬프네, 마땅한 단어조차 없다니! 하지만 무엇으로 불려지든 뭐 어떠랴. 인생은 한창 ing인걸.


우리 커플은 여느 40대 커플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우리를 아는 주변으로부터 종종 듣곤 한다. 이 나이 때엔 결혼을 한 이들이 훨씬 많아서 40대 싱글들끼리 만나 연애를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어서 보기 드물기도 했을 것이고, (당연하게도...) 아이가 없는 40대 부부들과도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차분하고 어른스럽고 무르익은 분위기의 40대 커플들을 상상한다면 우리 커플은 그 상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게 확실하다. (다른 이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애정표현을 잘하고, 자주 만나고, 둘 다 또래보다는 에너지가 많은 편이라 마냥 차분한 분위기만은 아니긴 하다.) 업무 할 때 이외에는 40대 다운 모습을 찾기 힘든 나의 특징 몇 가지와, 틀에 박히지 않은 생각을 지닌 남자친구의 특징 몇 가지가 만나 더욱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을 것이지만, 분명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리할 수 있는 40대 연애의 특징이 있긴 하다.


1.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에 더 충실히 노력한다


누군가는 이미 어릴 때부터, 누군가는 30대 들어서부터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거나, '이 사람과 평생토록 만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 여기는 타입이라, 40대가 되기 전까지의 연인들과 영원을 꿈꾸며 사랑을 해왔다. 그건 사실 상대를 더 사랑하고 덜 사랑하고의 문제는 아니었고, 내가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그랬다.


하지만 40대가 된 후, 내게 이 말은 곧 '지금의 애인을 만난 이후'라는 말로도 치환 가능한데, 이 친구를 만난 이후엔 내 연애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 사랑이 영원할 거란 생각을 의식적으로라도 하지 않게 됐다. 그래야 연애에 의존적이기보다는 내 스스로의 자립심을 가지기가 더 수월했다. 만나던 사람과의 연애가 끝나도 내 인생은 계속된다. (누군가를 많이 사랑하면, 이별한 뒤에 인생이 끝날 것처럼 굴었던 내 태도가 이런 생각 속에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나에게도, 애인에게도, 이 연애가 끝나도 다른 연애가 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니, 우리는 이 사랑이 더 소중하게 여겨졌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됐다.


2. 연애의 목적지를 결혼으로만 단정 짓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다


30대의 어느 날까지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1-2년 정도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그런 게 삶의 공식인 줄 알았다. 내 가치관이나 연애관이나 결혼관을 되짚어볼 새도 없이, 모두들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니까, 나도 당연히 그런 인생을 이어갈 줄 알았던 것 같다. 다만 직장의 다른 동료들처럼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야 한다는, 혼기에 관한 의무감이나 조바심은 전혀 없었고, 그 만만치 않다는 시댁까지 감당하려면 그걸 넘어설 만큼 큰 애정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는 기준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이후로는 비혼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그와 다름없어졌다. 이는 '결혼 싫어' '결혼 절대 안 해'와 같이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자리 잡았다기보다는, 내 커리어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통은 결혼 제도가 여성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도 하고,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는 사실도 잘 알게 되었다. 이는 내게 그저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 그 자체이기보다는, 인생의 가능성이나 선택지가 더 다양해졌음을 의미했다. 덕분에 인생이 더 풍부해진 듯한 느낌이다.


지금의 애인과는 앞으로 지금처럼 연애만 이어나갈 수도, 같이 동거를 하며 생활동반자로 살아갈 수도, 혹시나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기존의 결혼 제도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다른 형태의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지고 생각이 조금씩 달라질 우리들이, 서로의 생각을 맞추며 결정하게 될 일이다.


3. 서로가 좋아할 만한 것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싫어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배려한다


연인이 서로 좋아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기억했다가 애정 표현을 한다거나,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을 기억했다가 선물한다거나,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을 손수 만들어준다거나 맛집에 함께 간다거나 하는 일들은 연애의 큰 기쁨이다.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할 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40대의 연애에서는, 상대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잘 파악하고 그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게 더 쉽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야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의 내 애인은 잘하고 있고, 나는 처음보다는 나아지고 있는 것 중 하나라 더 신경 쓰고 노력하고 있는 것. 나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하던 연애를 해오던 타입이라 이 부분을 잘했고, 지금의 애인은 그 부분이 조금 미숙했었다. 내가 '상대가 싫어하는 부분'에 신경 쓰는 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 이상으로, 애인은 이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맞출 줄 안다. 순간순간 놀랄 만큼 말이다.




40대 연애에 대한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는데, 앞으로 이 생각들은 달라질 수도, 조금 수정될 수도, 동일하게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은 늘 수정되는 거니까. 다만, 나이가 들었다고 너무 조심만 하며 내 감정을 아끼기보다는, 20대 연애 시절처럼 내 감정에 솔직하고, 애정 표현도 아끼지 않고 마음 그대로 표현하려고 한다. 20대만큼은 뜨겁지 않다 해도, 그 시절보다 더 소중한 지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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