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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Dec 07. 2019

유전자 vs 습관, 무엇이 인생을 지배하는가

'노력으로 없던 재능을 만들 수 있을까?'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결론은 'yes!' 다. 선천적인 것보다 노력으로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기는 좋았다. 그런데 전체 행사가 끝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 한 분이 갑자기 유전자 이야기를 했다. 최근에 자신이 책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있는데,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다고. 여기 오신 사람들한테 "독서하는 유전자"가 있기를 바란다고. (!!!!) 내가 완전히 설득을 못 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다. (나도 겨우 바뀌었으니)


사실 <이기적 유전자>에서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유전자의 중요성(타고난 운명)이 아니다. 저자 리처드 도킨스도 3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뇌는
이기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30주년 기념판 서문 中


'유전자'를 배반할 수 있다고?!


그럼 '유전자를 배반하는 능력'이란 무엇일까? 위 서문에 언급된 것처럼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그 능력에 포함된다면 우리 능력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어진다. 요즘은 '유전자 가위'로 한 개체를 멸절시킬 수도 있는 시대니까!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유전자가 자신의 몸을 실제보다 젊다고 생각하도록" 속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무려 40년 전, 관련 연구가 진행되기 전이라 이 방법에 대한 언급은 확신보다는 추측과 가정에 가깝다.  


...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출처: <이기적 유전자>, p. 110-111)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 '유전자를 속여서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을 찾았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을 추측했다면, 다음 책에서는 정말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장수의 역설 The Longevity Paradox다. 이 책의 저자 건드리 박사는 예일 대학교 의과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의료인 조사기관 캐슬 코놀리Castle Connolly에서 무려 21년 연속으로 미국 최고 의사로 선정되었다. 저자의 이력을 믿고 우리 몸을 속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한번 들어보자.


나는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와
동료 장수 연구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실제로는 우리가 충분히 식사하면서도
몸은 우리가 단식하거나 칼로리를 심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속일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몸을 속이는 방법이 있다! (출처: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책에서 말하는 몸을 속이는 방법의 핵심은 (올바른 식습관과 간헐적 단식을 통해) 365 성장 주기에 있는 우리 몸을 '휴식기'에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몸에 건강한 면역 세포를 키우는 것은 40년 전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상상한 '늙은 몸이 젊은 몸을 모방할 수 있는 방법'과도 동일하다. 결국 더 중요했던 것은 유전자보다 생활습관이었다. 믿기 어렵다면 이 책에 소개된 다음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2018년 <네이처>지에는 유전적 특징이 (건강과 수명을 결정하는데) 상대적으로 미미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가 발표되었다.


장내 미생물군유전체를 형성함에 있어 환경이 숙주의 유전적 특징을 지배한다(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25973)


위 분석 자료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전적 특징이 아니라) 개인의 장내 박테리아 구성이 그 사람의 건강 문제를 더 잘 예측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생물학적 부모보다 룸메이트나 배우자의 건강 상태가 비슷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에서 건드리 박사도 아버지와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일치하는 것이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와 비슷한 생활 습관을 지니고 비슷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결국 건강한 면역세포를 만드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우리의 생활습관에 달려있다.


일단 인간의 유전자는 인간의 운명과 거의 관련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우리가 할 일은 많아진다. 그리고 이미 타고난 것, 이미 주어진 것에 실망하고 불평하는 것보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


그렇다고 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거대한 목표를 세울 필요는 없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에서 말한 것처럼 '꾸준히 안타만 쳐도 이긴다'는 접근법을 적용해보자. 완벽을 기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좋은 습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면 된다. 일단, 문제는 유전자가 아니라는 사실만 인정한다면 모든 것은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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