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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쁘띠마망 Dec 04. 2024

하루키의 삼십 년 & 나의 삼 년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서의 느낀 한방에 대하여

최근<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을 읽고 있다.

오늘 읽은 글에서 한방의 한 줄다.


나는 지난 삼십 년간 꾸준히 소설을 써왔습니다.

(중략)

'꾸준히 써나가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무엇보다 절실하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려도 근본의 확고함에 대한 믿음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 님은 소설을 삼십 년 꾸준히 쓰셨다.

나는 순간 내게 묻는다.

나는 무얼 꾸준히 했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순간, 내가 있던 곳은 바로

수영장.

'아! 수영 레슨을 위해 꾸준히 라이딩을 했구나.'

삼 년이다. 삼십 년의 십 분의 일이지만 난 삼 년을 태우고 다녔다.

1학년 학기 초부터 시작해서 만 삼 년이 되어간다.


둘째 아이는 또래보다 많이 왜소해서 체력적으로 수영을 힘들어했었다.  게다가 물에서의 환경은 비염이 심한 아이의 컨디션을 더 악화시켰다.

공부하는 것보다도 수영 학원 다니는 걸 더 힘들어하던 시기도 있었다.  성실한 성격인 둘째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한 아이인지라 수업 며칠 전부터 수영 레슨가는 걸 매우 스트레스받아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안쓰러워 그만둬야 할지 매번 고민했었다.


그리고 아이도 힘들었지만

매번 라이딩은 해야 하는 나도 사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교 시간 맞춰 학교 앞 단속을 피해 가며 아이들을 태워가곤 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는 날이면 학교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있을 수가 없어(학교 앞이 너무 좁고 복잡하여 차를 세워 둘 공간이 없고 학부모들의 하교 차량으로 자주 경찰의 단속이 나오는 환경) 몇 번이나 학교 주변을 빙빙 돌아야 했다.


둘째 아이가 1학년 때 나는 유방암 수술을 했다.  난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방사선 치료를 하던 때에도 또 그 이후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아이들 수영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운전을 해서 수업을 데려다주었다.  가 꾸준해야 아이들도 꾸준할 수 있다.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려도...


체력이 좋은 편인 큰 아이가 수영실력이 느는 것에 비해 둘째 아이는 어리기도 했지만 힘이 부족한지 자세도 어설프고 늘 수영이 힘겨워 보였다.

"그만하고 싶어"

아이는 때로는 그만두고 싶다며 투정도 부리곤 했다.


"뭐든, 금세 되는 건 없어.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해.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이제껏 너의 노력이 헛수고가 돼!"


때로는 아이를 달래주기도 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수영선수를 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운동선수를 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물을 두렵지 않게끔 수영이란 걸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부터는,  둘째 아이는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3년이 된 지금은 접영까지 편안하게 잘해오고 있다. 수영을 못하는 내가 봐도 자세가 안정되어 보인다.


그리고 아이는 이제, 오히려 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엄마,  나 오늘 쉬지 않고 15바퀴 돌았어.  오늘 진짜 힘들어서 중간에 진짜 포기하고 싶었거든? 근데 힘들지 않고 쉬운 것만 하는 건 그냥 그 자리지. 나한테 발전이 없는 거잖아. 나 그래서 참고 끝까지 했어. 나 잘했지?
나, 오늘 내 스스로가 너무 대견해!"

그래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너희들 꾸준히 시킨  대견해.

우리 모두는 이렇게 꾸준히 애쓰고 있어.

오늘도 너의 애씀이 예쁘다.


하루키 님처삼십 년!

아니 그 이상으로

엄마도 계속 꾸준히 애써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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