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써나가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지금 무엇보다 절실하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려도 근본의 확고함에 대한 믿음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키 님은 소설을 삼십 년 꾸준히 쓰셨다.
나는 순간 내게 묻는다.
나는 무얼 꾸준히 했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 순간, 내가 있던 곳은 바로
수영장.
'아! 수영 레슨을 위해 꾸준히 라이딩을 했구나.'
삼 년이다. 삼십 년의 십 분의 일이지만 난 삼 년을 태우고 다녔다.
1학년 학기 초부터 시작해서 만 삼 년이 되어간다.
둘째 아이는 또래보다 많이 왜소해서 체력적으로 수영을 힘들어했었다. 게다가 물에서의 환경은 비염이 심한 아이의 컨디션을 더 악화시켰다.
공부하는 것보다도 수영 학원 다니는 걸 더 힘들어하던 시기도 있었다. 성실한 성격인 둘째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기억이 강한 아이인지라 수업 며칠 전부터 수영 레슨가는 걸 매우 스트레스받아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이가 안쓰러워 그만둬야 할지 매번 고민했었다.
그리고 아이도 힘들었지만
매번 라이딩은 해야 하는 나도 사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교 시간 맞춰 학교 앞 단속을 피해 가며 아이들을 태워가곤 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늦게 나오는 날이면 학교 앞에 차를 세워두고 있을 수가 없어(학교 앞이 너무 좁고 복잡하여 차를 세워 둘 공간이 없고 학부모들의 하교 차량으로 자주 경찰의 단속이 나오는 환경) 몇 번이나 학교 주변을 빙빙 돌아야 했다.
둘째 아이가 1학년 때 나는 유방암 수술을 했다. 난 수술 후에도 수술 부위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도, 방사선 치료를 하던 때에도 또 그 이후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아이들 수영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운전을 해서 수업을 데려다주었다. 내가 꾸준해야 아이들도 꾸준할 수 있다. 제아무리 곁가지가 거세게 흔들려도...
체력이 좋은 편인 큰 아이가 수영실력이 느는 것에 비해 둘째 아이는 어리기도 했지만 힘이 부족한지 자세도 어설프고 늘 수영이 힘겨워 보였다.
"그만하고 싶어"
아이는 때로는 그만두고 싶다며 투정도 부리곤 했다.
"뭐든, 금세 되는 건 없어.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해. 지금까지 해온 게 있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이제껏 너의 노력이 헛수고가 돼!"
때로는 아이를 달래주기도 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수영선수를 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운동선수를 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어른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물을 두렵지 않게끔 수영이란 걸 좀 편하게 할 수 있는 정도로만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부터는, 둘째 아이는 이제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그리고 3년이 된 지금은 접영까지 편안하게 잘해오고 있다. 수영을 못하는 내가 봐도 자세가 안정되어 보인다.
그리고 아이는 이제, 오히려내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엄마, 나 오늘 쉬지 않고 15바퀴 돌았어. 오늘 진짜 힘들어서 중간에 진짜 포기하고 싶었거든? 근데 힘들지 않고 쉬운 것만 하는 건 그냥 그 자리지. 나한테 발전이 없는 거잖아. 나 그래서 참고 끝까지 했어. 나 잘했지? 나, 오늘 내 스스로가 너무 대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