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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신발

by 섬섬옥수

아빠 신발은 제법 크다

어릴 적 아빠 신발에 발을 담가 보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클까 가늠해보고는 했다


지금도 아빠 신발은 여전히 크다

그 커다란 신발 안에 고여있는 소리들이 제법 크다

여태껏 걸어오신 길에서 들려온 소리를 뒤로 하고자

오늘도 아버지는 텔레비전 볼륨을 키운다


소리 좀 줄이라며 핀잔을 늘어놓다가도

금방 현관치의 아빠 신발 앞에 쪼그려 앉는다


신발, 그까짓 거 조금 작아도 괜찮은데

그 안에 고여온 소리들은 좀 흘려보내 줘도 괜찮을 텐데

무심코 들어보는 아빠 신발은 야속하게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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