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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티 Apr 01. 2024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남미 여행 끝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도 대략 열흘 정도 남기고 결정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멕시코 취업을 알아보고, 다른 국가에서 며칠을 지내다가 돌아올까도 고민해보았지만 결국 모두 포기했다.


 귀국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이유 중 하나는,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발목과 손가락 통증으로 인해 치료를 얼른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발목의 경우는 다친 지 꽤나 오래 지나도록 방치하고 있어서 더 걱정스러웠다.


그렇게 떠나려고 하니, 콜롬비 비자가 약 2주 정도 남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 기간 안에 떠나야 했기 때문에 허겁지겁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고 귀국 준비를 했다.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친구들을 만나서도 우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친구들이 언제 다시 오는지 물어볼 때면, 항상 이렇게 대답했다.


 "확실하진 않지만, 2년 안에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어, 오래 걸려도 2년 반 안에 메데진에 돌아올 거야."

 

한 친구가 다시 물었다. "계획은 그렇지만 그때 되어서 다른 일이 생기면 못 올 수도 있잖아?"


 그 친구 말이 맞다.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아마 그동안 이 메데진 체육관에 오는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들이 다시 오고 싶어 하고, 또다시 올 계획을 세우지만 막상 다시 오는 친구들은 몇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나도 그중 하나라고 보는 것 같았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존재'로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오래 머물지 않고, 잠시 여행 온 친구들 모두에게 정을 나눌 만큼 친절히 대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종종 관장님이 다른 체육관으로 세미나를 가거나 대회를 참가하러 가시면, 저녁 수업이 끝나고 체육관에서 맥주 한 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도 재밌었다. 운동이 끝난 뒤 마시는 맥주는 달콤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을 느낄 날이 점점 줄어든다고 느껴졌다. 콜롬비아에서 일을 구하든, 해외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꼭 다시 돌아오겠노라 스스로 다짐했다.


Estación Acevedo

 떠나기 전 메데진을 기억할만한 기념품을 만들고 싶었다. 기념품을 거의 구입하지 않는 나였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것 그리고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무료로 얻을 수 있는 메데진 교통카드가 떠올랐다.


 평소에 지하철을 거의 타지 않아 만들지 않았던 교통카드를 떠날 때가 되어 기념으로 한 장 만들고 싶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특정 역에 가면 무료로 이름이 새겨진 교통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한 시간을 기다려 얻은 교통카드는 한국에 돌아와서 내 방 서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다시 떠나는 날 지갑에 잘 챙겨서 돌아갈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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