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비행기 사고 뉴스를 보고 하루종일 마음이 아프고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이태원 참사 때도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일 겁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또 일어나는 건지.
이 재앙이 인재라면 책임자에게 죄를 물음으로 조금이라도 유가족의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태원 참사도, 오송 지하차도 참사도 책임자를 찾아 죄를 묻지 못했습니다.
모두의 마음이 아프고 모두가 슬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포털의 뉴스에는 지역감정이 담긴 댓글들이 달려있습니다. 당신들이 인간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한강작가의 '빛과 실' 노벨상 수상 강연이 떠오릅니다.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 오래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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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성을 믿고자 하기에, 그 믿음이 흔들릴 때 자신이 파괴되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우리는 인간을 사랑하고자 하기에, 그 사랑이 부서질 때 고통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에서 고통이 생겨나고, 어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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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사랑해야 우리는 끝내 인간으로 남는 것인가?
우리는 지속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남김없이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금식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피자를 먹는 인간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누가 거기 가라고 떠밀었냐고 말하는 인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답을 모르겠습니다. 그저 스러져간 목숨들의 원통함과 남은 가족들의 슬픔만이 느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