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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마치며...

에필로그 2

by 에리카

처음 여행기를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아직 기억이 신선할 때 글로 여행을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고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들 둘을 데리고 자유여행으로 렌터카를 빌려서 유럽을 돌아다닐 생각을 했어?라는 질문을 할 때 자세히 대답하자니 너무 길고 대충 대답하면 성의가 없게 느껴져서 "우리 이렇게 여행했어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하는 대답의 의미가 두 번째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작은 정보이지만 내가 여행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정보들을 우리와 같이 유럽 렌터카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블로그처럼 마음대로 글을 쓰면 되는 공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무려 '작가 데뷔'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3개 정도 써서 작가 데뷔 신청을 했고 거짓말처럼 나는 '작가'가 되었다. 여행을 마친 것이 11월 중순이고 12월 2일에 브런치 스토리팀으로부터 메일을 받고 나니 글을 쓰고자 했던 첫 번째 이유 '아직 기억이 신선할 때 글로 여행을 남겨두고 싶다'에 불을 댕겨준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주 5일 연재를 시작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글을 쓰는 것이 가끔 힘들기도 하였지만 (글을 쓰는 속도가 느리고 정보를 매번 더블체크해서 글을 쓰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매일 밤 육퇴 후에는 소파나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보던 내가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 나 스스로에게도 낯선 모습이면서 뿌듯한 모습이기도 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어느 날 다음 메인에 올라가서 조회수가 50,000을 넘게 되면서 잠시 라이킷과 조회수의 노예가 되기도 하였다. ㅎㅎ 그 후로 브런치 메인에 몇 번 올라가고 시간이 지나면서 라이킷과 조회수의 노예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글을 쓰고 즐겁게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14박 15일의 여행인데 여행기는 41번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여행'이라는 경험이 글감이었기에 오늘은 뭘 써야 하나 고민하지 않고 쓸 수 있어서 좋았고 피아니스트인 나는 본업이 '작가'가 아니기에 여행을 하면서 또는 여행기를 쓰면서 파생되는 나의 생각들을 담은 모자란 글도 뒤통수가 뜨거워지지 않은 채로 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수확은 브런치에서 많은 작가님들을 만나고 글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시도 읽게 되었고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에세이를 읽으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글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얼굴도 모르고 평생가야 만날 일도 없을 작가님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의 진솔한 에세이를 읽으면 꼭 나의 지인인 것 마냥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1103_135349-EDIT.jpg 스위스 레만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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