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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파파 Nov 04. 2020

강아지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다

분명히 괜찮았는데, 전 날에도 나랑 즐겁게 산책했는데...


어제 훈련소에서 입양처가 결정된 케인코르소 친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정확한 사인은 모르지만 위가 꼬여 복부에 공기가 차 급성으로 문제가 생긴 듯하다.

분명 전 날 오전에 같이 뛰어놀고, 즐겁게 산책까지 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되어버리니 당황스러웠다.

또, 내가 확인을 못 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하루 종일 멘탈이 나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개들의 배변을 치우고 밥을 주면서 상태를 보는 시간.

그게 녀석의 마지막이었다.

수의사 말로는 위장에 문제가 생기면 특히 대형견은 반나절만에 죽을 수 있다고 했다.

주변에도 위염전을 앓은 반려견이 3일도 못 가 숨을 거둔 것을 본 적이 있다.


훈련소에 있으면 삶과 죽음을 많이 지켜보게 된다.

최근에는 마리노이즈 새끼들이 8마리 태어났는데, 2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어미견이 약한 새끼들을 떼어내 버리는 일종의 자연의 섭리이긴 하다.

그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라도 거스르기 위해 훈련사들이 떨어져 나간 새끼들을 케어한다.

하지만 약해서 버려진 새끼들을 억지로 케어 해내기는 쉽지 않다.

한두 시간만 눈을 떼어 버려진 새끼를 발견 못 할 경우 생사를 확신할 수도 없다.


감히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려 한 먼지 같은 발버둥이었을까?

한낱 인간이 삶과 죽음을 제어해보려 한다는 거 자체가 욕심이었을까?

최근 들어 너무 많은 탄생과 죽음을 보았다.

살리고 싶었고, 살게 해주고 싶었다.

수의사가 아닌 훈련사로서 할 수 있는 욕심은 다 부릴 것이다.

더 이상 아픈 죽음은 지켜보고 싶지 않다.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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