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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파파 Dec 13. 2020

불변

눈이 내렸다.

첫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제제와 나가서 뛰어놀아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지나 뒤를 돌아보니 우리 발자국이 나란히 찍혀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눈을 좋아하나?'

어린 시절에는 분명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누나와 패딩을 입고 스키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드는 기억들이 잔뜩 있으니까.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눈을 봐도 아무 감정이 없던 게 생각나고, 성인이 되었을 땐 질척거림과 치워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차가 막히는 것 때문에 싫은 기억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제제가 신나는 모습을 보면서 내 기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눈은 변하지 않았고, 변한 건 내 생각과 기분뿐이란 걸.

작은 상황들에 내 마음이 복잡해질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모든 것은 흘러가는 것뿐이니까.

중심을 잡고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겠단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산책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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