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곁이 되어드릴게요!
문학동네에서 하는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펜팔 친구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을 하고 펜팔 키트 우편물을 받았는데 「'뭉친(북클럽 문학동네 회원)'의 추천 책 리스트」를 작성하는 카드도 있었다.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하나.. 하며 머리에 주르륵 책 목록들을 떠올렸는데,
비교적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주된 이야기가 남아서 생활 실천서가 된 책이 떠올랐다.
'인생 OO'이런 말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가슴에 콕 박혀서 실천하게 하는 책에는 '인생 책'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그 책은 바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 라는 책이다.
대부분 사례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세부내용이 촘촘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에서 내 마음으로 옮겨와 체화된 이야기는 두 가지이다.
누구에게든 곁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는 마주 보고 하지 말고 함께 걸으며 해라.
누구에게든 곁이 필요하다는 건 A가 B의 곁이 된다면, B는 C의 곁이 되고, 또 C는 D의 곁이 된다는...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는 그런 류의 말이긴 한데...
꼭 힘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내 곁에 있구나.'라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그대의 곁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내가 누군가의 곁이 된다는 건, 나에게도 또 하나의 곁이 생기는 거니까.
상대방과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 상대와 나 사이의 간격만큼 에서 이야기가 계속 맴돌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언제든 그 이야기는 확장될 수 있다. 한참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산책길에 핀 꽃을 보며 잠시 다른 이야기로 돌린다거나, 서로의 눈을 보며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잠시 딴생각을 해도 된다. 그러면 상대의 고통이 오롯이 나에게 전달되어 나까지 고통스러워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 책을 읽은 이후로,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우리 같이 산책할까요?', '산책할 시간 되세요?' 하며 가족, 친구,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날씨를 주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수 있었고, 물어보기 불편한 질문도 조금 더 가볍게 꺼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책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자책은 주로 머리를 말리거나 대중교통을 기다릴 때 읽기 때문에 엄청 집중해서 읽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읽은 책이라 더더욱 핵심을 잘 파악한 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책의 핵심이 아무려면 어때, 그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건 이거면 충분하지!
아. 뭉친에게 추천할 책 리스트를 고르는 게 참 재미있다. 시기에 늦지 않게 얼른 편지 써서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