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란머리유교걸 Oct 20. 2021

산책할 시간 있으세요?

제가 곁이 되어드릴게요!

문학동네에서 하는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펜팔 친구 이벤트가 있어서 신청을 하고 펜팔 키트 우편물을 받았는데 「'뭉친(북클럽 문학동네 회원)'의 추천 책 리스트」를 작성하는 카드도 있었다.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하나.. 하며 머리에 주르륵 책 목록들을 떠올렸는데,

비교적 오래전에 읽은 책이지만, 주된 이야기가 남아서 생활 실천서가 된 책이 떠올랐다.


'인생 OO'이런 말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가슴에 콕 박혀서 실천하게 하는 책에는 '인생 책'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그 책은 바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 라는 책이다.

대부분 사례를 곁들여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책의 세부내용이 촘촘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에서 내 마음으로 옮겨와 체화된 이야기는 두 가지이다.

 누구에게든 곁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는 마주 보고 하지 말고 함께 걸으며 해라.


누구에게든 곁이 필요하다는 건 A가 B의 곁이 된다면, B는 C의 곁이 되고, 또 C는 D의 곁이 된다는...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나는 그런 류의 말이긴 한데...

꼭 힘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내 곁에 있구나.'라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내가 그대의 곁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내가 누군가의 곁이 된다는 건, 나에게도 또 하나의 곁이 생기는 거니까.


상대방과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 상대와 나 사이의 간격만큼 에서 이야기가 계속 맴돌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언제든 그 이야기는 확장될 수 있다. 한참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산책길에 핀 꽃을 보며 잠시 다른 이야기로 돌린다거나, 서로의 눈을 보며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잠시 딴생각을 해도 된다. 그러면 상대의 고통이 오롯이 나에게 전달되어 나까지 고통스러워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 책을 읽은 이후로,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는 '우리 같이 산책할까요?', '산책할 시간 되세요?' 하며 가족, 친구, 동료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면 날씨를 주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수 있었고, 물어보기 불편한 질문도 조금 더 가볍게 꺼낼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책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자책은 주로 머리를 말리거나 대중교통을 기다릴 때 읽기 때문에 엄청 집중해서 읽게 되지 않는다. 그렇게 읽은 책이라 더더욱 핵심을 잘 파악한 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책의 핵심이 아무려면 어때, 그 책을 통해 내가 얻은 건 이거면 충분하지!




아. 뭉친에게 추천할 책 리스트를 고르는 게 참 재미있다. 시기에 늦지 않게 얼른 편지 써서 보내야지!

이전 13화 주인공은 따로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