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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Sep 10. 2019

IT, 고객의 언어로 말하라 #2

# 고객 # 고객가치 # IT # IT용어 # 쉬운용어 # 어떻게 다를까

지난 글에서 IT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서비스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고민을 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사용자 관점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친절한 표현을 쓴다면 보다 쉽게 서비스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IT회사의 예를 들었지만 어떤 회사, 어떤 서비스도 전문적이지 않은 영역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것을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공급자의 역할이고, 소비자는 그들을 통해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겠죠. 그리고 지금은 단순한 공급에만 그치지 않고 이용 과정에까지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입니다. 단어 하나하나까지 말이죠.



작년 한글날을 맞아 방송에서 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 중간에는 외래어 사용이 소통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 실험한 내용이 소개됩니다. 이 실험 결과를 보면 사용자에게 단어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됩니다. 때로는 생사를 오가게 한다는 사실까지 말이죠.


실험 배경은 지하철입니다. 대상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객실 내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과정을 살펴보는데요, 한 그룹에는 외래어가 포함된 안내방송을, 다른 그룹에는 우리말 안내방송을 들려줍니다. 그리고는 개인별 소요 시간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자, 이제 실험을 시작합니다. 출발점은 지하철 객실 안. 비상상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방송에서는 두 개의 미션이 설명과 함께 주어집니다. 


1. 지하철 문을 '수동'으로 열고 탈출한다.

2. 자동심장충격기를 이용해 쓰러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한다.





먼저 첫 번째 그룹에게 '우리말 안내방송'을 들려주고 소요시간을 체크했습니다. 


시작과 함께 역시나 어렵지 않게 지하철 문을 수동으로 열고 나왔습니다. 두 번째 미션에서도 생소한 자동심장충격기 사용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지만, 안내방송에 따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심폐소생술까지 모두 성공했습니다.


4명의 피실험자의 평균 소요시간은 1분 40초. 



두 번째 그룹에게는 '외래어가 포함된 안내방송'을 들려줬습니다.

'출입문 우측'은 '도어 우측', '덮개'는 '커버', '손잡이'는 '레버', '안전문'은 '스크린도어'로 바뀌었죠.


다음 미션을 위한 안내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용어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볼까요? '자동심장충격기'는 'AED케이스', '전원 단추'는 '파워 버튼', '네모난 부위'는 '패드', '연결선'은 '커넥터', '시작 단추'는 '스타트 버튼' 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소요시간도 늘어났고, 절반은 아예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이 실험은 한글과 외래어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고, 그 차이를 알기 위해 외래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피실험자로 모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주 낯선 단어들은 아니었지만, 피실험자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용어라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그 결과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섰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정도였죠.




IT용어는 어떨까요?

기능 설명, 안내문구, 경고 팝업 등으로 제공하는 각종 시스템 메시지나 메신저, 전화, 메일 등으로 주고받는 다양한 응대 과정 가운데서도 수많은 단어와 용어들이 오고 가고 있을 텐데요,

담당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단어라고 생각되겠지만, 고객에게는 생소한 단어, 어려운 용어, 이해하기 복잡한 설명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 용어들은 고객의 업무처리에도 크고 작은 지장을 주겠죠.


엔지니어들에게도 고충은 있습니다. 


"이게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고유 명칭인데 어떻게, 어떤 단어로..."
"작업 내용이 그냥 이게 맞는 건데 다르게 어떻게 풀어쓸 수 있는지..."
"너무 복잡한 내용이라 더 이상 쉽게 설명할 수가..."
"설마 이 정도도 모를까, 몇 번 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마무리가 우선인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회사의 엔지니어들에게 종종 듣곤 하는 어려움들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방치할 수도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쉽고 편한 서비스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업무 시스템의 경우라면 작은 용어 하나하나가 고객의 업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죠.

물론 단번에 고객이 확! 이해하기 쉬운 말들을 떠올리는 게 쉽진 않습니다. 그럴 땐 한걸음 떨어져 생각해보는 게 도움될 때가 있습니다. 적어도 주관적인 시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죠. 아예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나중에 고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히려 신선한 생각이 들 수 있거든요. 아니면 주위의 보통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겠다는 마음가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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