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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Aug 30. 2019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고객관점 용어 사용법

#고객 마인드 #고객가치 # 엔지니어 #IT용어

시스템을 다루는 IT 전문 엔지니어에게 무슨 고객중심 용어인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고객 마인드를 겸비한 엔지니어들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고객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고, 고객 마인드를 갖춘 엔지니어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엔지니어가 고객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지 여부는 용어 선택을 통해 아주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시스템 점검과 관련한 공지 내용이 대표적이죠. 몸담고 있는 IT서비스 회사에서도 고객사 사용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안내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담당 엔지니어가 작성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용어를 어떤 관점에서 사용하면 좋을지 경험했던 사례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 '내가 작업하는 것'보다 '사용자가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공지 메일을 꼽아 보자면 '시스템 점검' 안내입니다. 불가피하게 서비스를 내리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알리는 내용이죠. 우리 회사 엔지니어분들도 자연스럽게 [OO 시스템 점검 안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발송했습니다.

하지만 메일을 받아보는 고객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물론 시스템을 점검한다고 하니 그동안 서비스가 중단되는구나라고 이해하기는 할 텐데요, 애초에 [서비스 중단 안내]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발송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마 고객 입장에서는 조금 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겠죠.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고객에게 발송하는 기본 공지 메일을 템플릿 화해서 엔지니어분들에게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는데요, 그 첫 번째가 바로 [시스템 점검 안내]였던 메일 제목을 [서비스 중단 안내]로 변경한 것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작업 목적, 작업 기간, 작업 내용, 작업 영향 등 엔지니어들의 입장에서 용어들을 서비스 중단 기간이나 중단 대상 서비스와 같이 사용자, 즉 고객의 입장에서 변경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기존의 공지 내용 중에서 수정을 하거나 보완을 해야 할 부분들이 보이기 마련인데요, 엔지니어가 점검하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설명하던 것을 영향을 받는 서비스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서비스 중단 시에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나 알아두면 좋을 이후 변경사항을 추가해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될 수 있습니다.


"점검 시간 중에는 사용자 별로 약 1분간 메일 서비스 이용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불안정 시 약 1분 이후 다시 시도해 주시면 정상적인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단, 각 공장 생산 시스템 및 매장 시스템은 정상 서비스됩니다."

"03:00~05:00 동안 진행되는 점검으로
 03:30~03:40 / 04:30~04:40 두 차례 각 10분간 일시 중단됩니다." 



# '고객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는 과감히 빼도 된다.


고객가치혁신을 담당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요, 전사의 시스템 공지 메일을 발송 전 검토하라는 미션을 받게 된 계기입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발송한 공지 메일에 적힌 작업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TMI'였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반대로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작업 내용을 '상세히' 적는 다고 생각했을 거라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적은 것이었는데요, 작업 내용에  '노후화된 기존 서버팜스위치 교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해당 공지를 보고 경영진은 저를 호출했는데요, 첫 질문이 '서버팜스위치가 뭔지 알아?'였습니다. 제 답변은 당연히 '모릅니다.' (IT회사에 있지만 저는 문송한 사람이거든요..ㅎㅎ)


그리고는 "우리 직원들 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고객이 이게 뭔지 이해할 수 있을까?",

"고객이 굳이 이것까지 알 필요가 있을까? 꼭 필요한 정보만 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용자는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중단되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중단되는 동안 혹시 임시방편이 있다면 알려주면 좋을 것이고요, 결국 언제 내가 다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겠죠.

무엇 때문에 중단되는지는 두 번째 문제일 텐데요. 물론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좋겠으나 고객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라면 최대한 쉽게 써주는 게 좋겠죠. 그것이 아주 전문적인 용어라 설명하기가 어렵다면? 그렇다면 아예 적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내용들은 말이죠.


* 점검 내용
- C:\WINDOWS\TEMP 및 C:\WINDOWS\LOG\CBS 폴더 설정 변경






엔지니어들이 고객에게 발송하는 공지 내용을 검토한 지 약 2년 여가 됐습니다. 그동안 중요한 공지는 전자결재를 통해 내용 승인을 득해야 발송할 수 있는 프로세스도 정착시켰습니다. 그러면서 공지 내용도 조금씩 고객지향적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사실 이 프로세스는 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번거롭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검토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도 빠듯한 일정에 또 하나의 허들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담당하고 있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그리고 작업이나 점검들이 대부분 반복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이제는 개개인의 엔지니어들이 발송하는 공지 내용이 한 두 차례 검토를 거치며 템플릿화 됐습니다. 그만큼 서로 들이는 시간과 공수가 준 셈이고요. 고객 입장으로 쓰인 공지 내용들도 많이 자리가 잡혀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생각됩니다.


초창기 엔지니어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생각했던 분들도 조금은 생각이 바뀐 듯합니다. 이왕이면 사용자 입장에서 하는 게 맞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 방법이 불편했을 뿐일 겁니다. 


물론 용어 사용에 정답이라는 게 없기도 하지만 각자 '추구하는 방향에 더 적합한 용어'는 있을 겁니다. 지금도 시스템 점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곳을 종종 목격하는데요, 그들이 그 용어를 쓰는 나름의 철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입장을 우선 시 할 경우 어떤 용어가 조금이나마 더 나을까' 한번 더 고민하는 과정이 아닐까요?


서두에 고객 마인드를 겸비한 엔지니어분들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단순히 고객 입장의 용어를 잘 사용하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닌데요, 용어 하나에서부터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습관화하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입니다. 그런 엔지니어는 시스템/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고객의 관점을 더욱 잘 반영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요.


이런, 메일이 도착했네요. 

그럼 저는 이만 다음 주 공지 메일 내용을 검토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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