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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o Dec 06. 2019

열어줄 수 없다면 여는 방법이라도

#고객 #고객가치 #IT #마케팅 #119

# 이 내용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119 접수 일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진 시각. 어느 현관문 앞 한 여성이 긴박하게 도어록을 열고 있었습니다. 

“삐삐 삐삐 삐......” 
“삐삐 삐삐 삐……” 
“삐삐 삐삐 삐……” 

도어록 배터리가 방전되어 번호만 눌리고 열리지 않는 문, 여성은 가족과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습니다. 하지만,

“뚜루루루루………전화를 받을 수 없어………………”

늦은 시각이라 도어록 서비스 센터 전화도 안되고,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연락하기 조차 마땅치 않은 두렵고 난감한 상황. 여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112 신고센터에 전화를 겁니다. 


“저, 지금 도어록이 방전돼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요… 혹시 경찰 아저씨한테 전화드려도 이게 될 수 있는 건가요…(흑흑)?”

집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도와달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고자분. 죄송하지만 긴급 범죄 관련해서만 출동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열쇠 업체나 가족, 친구 중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을 찾아보세요.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성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웠을 경찰관의 답변. 하지만 심야시간 112 신고센터의 역할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접수내용이었을 겁니다.





다시 이곳저곳 열쇠 업체에 전화해봤지만 받는 곳은 없고, 늦은 새벽 두려움에 발만 동동 구르기를 10여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여성의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전화. 

“아까 경찰이에요. 혹시 열쇠 업체에 전화해 보셨어요?"

여성이 걱정된 경찰관이 확인 차 전화를 해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여성. 

“제가 한번 방법을 알려드려 볼게요. 지금 휴대폰에 인터넷 되죠? 거기에 ‘현관문 도어록 방전’이라고 검색해 보시겠어요?”

도움을 줄 수 없었던 경찰관은 마음이 편치 않았던지 신고 전화를 받은 후, 도어록이 방전됐을 때 긴급하게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었던 모양입니다.




"네, 나왔어요."

여성이 검색에 성공했다는 대답에 경찰관은 검색한 내용을 보게 하며 직접 차분히 설명을 해줬죠. 

“제가 잠깐 설명드려볼게요. 네모난 건전지 알아요? 그걸 도어록에 보면 충전하는 것처럼 대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건전지를 대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전원이 들어와요. 그때 이용해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울먹울먹 하더니 울음을 터트리는 여성. 경찰관이 왜 우냐고 물어보자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요..... 너무…… 감사해서요...(흑흑)”

그렇게 그 여성은 편의점에서 건전지를 사 온 후 무사히 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시스템이 잘 안 되는 것 같은데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다른 제품을 한번 도입해볼까 하는데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네요”

몸담고 있는 IT서비스회사에서도 고객으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고 있습니다. 때로는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넘어서거나 사업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 문의나 요청들도 있죠.

그럼에도 고객이 그런 문의를 하는 배경에는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다거나, 그나마 믿을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만은 확실할 겁니다. 그런 와중에 선택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무언가 곤란한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고객의 마음부터 헤아릴 필요가 있는 것이죠.

물론 모든 요청을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어떻게든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고객의 마음부터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취급하는 벤더사 제품이 아니라서……”

 “우리 서비스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서……”

이런 대응에 대해 틀린 대답이라고 또는 잘못된 대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대답도 아니죠.

물론 모든 요청을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의 힌트만이라도 찾아주려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을 조금만 보여준다면 고객은 그 몇 배의 고마움을 갖게 될 텐데요. 

바로 그 작은 배려와 고마움으로부터 고객의 신뢰가 싹트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문을 직접 열어줄 수는 없었지만, 여는 방법을 손수 찾아 알려줬던 경찰관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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