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고객가치 #VOC #IT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What’s your emergency?”
어느 날 미국 911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린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
'Can you bring me McDonald?”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다섯 살 아이지아 홀(Iziah Hall)의 전화였는데요, 맥도날드 햄버거를 가져다줄 수 있냐고 911에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습니다. 황당한 질문을 받은 911 대원은 당연히 그렇게 해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죠.
그리고 나서 이 대원은 인근에 있는 경찰에게 아이의 통화 내용을 전했습니다. 표면적인 통화 내용이야 황당했지만 그래도 911에 전화를 걸었으니 혹시 모를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연락을 받은 경찰관은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아이의 집으로 향했는데요, 911 대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통화 내용을 생각해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를 사들고 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이는 안전했습니다. 오히려 할머니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며 돌아가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는데요, 할머니가 잠든 사이 몰래 와이파이에 연결에 911에 전화를 했던 것을 들킬까 봐 겁났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아이의 안전도 확인했고 원했던 맥도날드 음식도 전달했는데요, 이 기회를 이용해 경찰관은 아이에게 어떤 상황에서 911에 전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육했고, 할머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가 ‘비상사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911 전화 한 통이었지만, ‘신고자에 대한 상세한 확인까지 마치겠다는 911 대원의 책임감’, ‘빠르게 인근 경찰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또 ‘아이를 위해 햄버거를 들고 간 경찰관의 작은 배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아이를 교육한 후속 조치’들까지... 잘 구축된 프로세스와 담당자들의 훌륭한 마인드가 돋보이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IT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고객가치혁신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의 소리(VOC)를 듣는 것입니다. 최근 활발하게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저 사례와 같은 프로세스와 특히 담당자들의 마인드가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듣곤 합니다.
'평소 연락하는 담당자에게 다른 제품을 문의하면 답이 좀 늦는 편이다', '업무를 요청을 한 이후에 잘 진행은 되고 있는 건지 궁금한 데 알 수가 없다', '서비스 담당자를 정확히 찾기 힘들어 가끔 여러 번 물어물어 확인하곤 한다' 등등...
각기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공통점은 간단합니다.
“문의하는 내용이 담당자의 영역이 아니면 원하는 답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
물론 회사 내에도 911 같은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회사가 그렇듯 각 사업, 제품마다 대표 담당자와 연락처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있고, IT 서비스와 관련된 요청사항은 별도의 서비스데스크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고객들 중에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는 직원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 직원이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뭔가 해결의 실마리는 알려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때로는 시스템 담당자나 서비스 담당자를 잘못 알고 연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직원들이 친절하게 담당하는 부서나 직원의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내용을 전달하기는 하지만 내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직원 역시 내가 직접 요청받은 사항이 아니니 조금 더 느긋하게 처리하거나 아차 하는 사이에 까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드백에 대한 부담도 덜 할 테니 정성이 조금 덜 들어가기도 하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누적되고, 만성화될수록 고객의 불만은 계속 쌓여갈 겁니다.
그럴 땐 각자가 우리 회사의 911 대원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내 담당이든 아니든 고객의 문의 사항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그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역할이겠죠. 자신이 직접 해결해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혹시 다른 동료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전달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그 과정과 결과까지 관심을 가진다면 고객에게 더 빠르게 정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추가적인 필요 사항이나 조치는 없을지까지 확인해본다면 더욱 좋겠죠.
고객이 묻는 사항이 내 담당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고객이 가장 믿고 의지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