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절한 기관사님 # 고객 마인드 # IT회사에서도
얼마 전 한 여름에 있었던 일입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어느 정오 즈음한 시간이었죠.
외근을 나간 동료에게 갑자기 톡 메시지가 도착했는데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고객 마인드가 감동이라며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동료는 사당역에서 2호선을 타고 합정역까지 가야 했는데요, 이 동료가 탄 열차는 순환열차가 아니라 신도림역에 종착하는 열차였습니다. 때문에 중간에 후속 열차로 갈아타야 했죠.
그런데 신림역에서 저런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합니다. 열기가 뜨거운 지상 승강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꿀정보'를 제공해준 셈이죠. 가뜩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이 동료, 아무 생각 없이 이동하다가 신림역에서 '신속히' 갈아탔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안내이긴 합니다. 하지만 지하철 기관사의 작은 배려에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환승할 수 있었겠죠. 그리고 이 동료는 작은 배려를 넘어 '감동적인 고객 마인드'를 느꼈다고 말할 정도였고요.
저도 비슷한 일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동대문 광장시장에서 육회를 먹고 돌아오던 토요일 늦은 시간이었죠. 아마 거의 막차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4호선 동대문역에서 사당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요, 열차가 신용산역을 지나 이촌역으로 향하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문 앞에서 초조하게 내릴 준비를 하고 있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경의 중앙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마치 문이 열리면 모두가 우사인 볼트가 될 것 같았죠.
그 순간, 지하철 기관사의 안내 멘트가 눈길가 흘러나왔습니다.
“이촌역에서 환승하는 경의 중앙선 지평행 막차는 24시 08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현재 시간은 23시 55분으로 환승하시기 충분한 시간이니 천천히 환승하시기 바랍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 멘트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
안내 방송이 끝나자 문 앞에 있던 '예비 우사인 볼트' 승객들은 이내 평온함을 되찾고 편안히 하차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지하철 기관사의 작은 배려가 여러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혼잡할 수 있는 승강장도 안전하게 만든 셈이죠.
이렇게 놓고 보니 '고객가치'. 음... 그리 어려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고객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면 되는 거겠죠. 그 생각에서 나온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고객에게 가치를 전해줄 테니까요. 한 여름 무더위에 시원한 환승을 할 수 있게 해 주거나, 초조함과 뜀박질 대신 여유와 안심을 갖게 해 줬던 지하철 기관사의 작은 관심과 배려가 동료에게 '감동'을 전해준 것 같이 말입니다.
비단 지하철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많은 기업이나 제품, 서비스들에도 당연히 통용될 텐데요. 물론 뛰어난 성능이나 다양한 기능도 중요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본 자세한 정보와 친절한 안내 같은 것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떠한 불편을 줄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몸담고 있는 IT회사에서도 얼마 전 시스템 점검, 서비스 오류 안내 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시스템이나 서비스에 어떤 문제가 일어난 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등등의 내용을 담았고, 좀 더 친근한 디자인으로 분위기도 바꿨습니다.
어렵게 고객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를 베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몸담고 있는 곳에서, 그리고 여러분이 맡은 역할 중에서도 분명히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를 베풀 요소는 많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질문으로 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고객에게 베풀 수 있는 작은 배려는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