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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심리치유책방 Apr 20. 2024

'자본주의 노동의 외로움'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임승수

우리 동네 맛집 떡볶이집 사장님은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매우면서도 깔끔한 맛의 비결은 스스로 연구하신 소스 비율에 있다며 자랑하신다. 사장님의 자부심에 반하고 맛에 감탄하며 우울하면 늘 이 집 떡볶이를 먹는다. 매운맛을 느끼는 순간 복잡한 마음을 잠시 버린다. 매운 혀를 옆집 아이스 라테를 먹어 달래면 한결 마음이 가볍다. 자본주의 만만세, 돈만 내면 즉각적으로 고통을 덜어낸다. 하지만 오늘 매운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이 문장 때문이다. 돈을 줘가면서 위장을 못살게 하고 정신을 챙겨본다.


“ 가끔은 내가 책을 팔아 벌어먹고사는 것이 아니라 빌어 먹고사는 건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어느 동네책방지기의 문장 인용


책을 좋아해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보는 것이 좋아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며,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눈 감으며 책방을 운영하는  나는 기분과 다른 좋아요를 누르며 동네 책방 사장님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책 팔아서 돈이 되겠어?”, “ 혹시 부자세요?” 책방을 하는 내가 자주  듣는 소리다.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혼자 책방을 지키고 있으면  '무능하다 왜 이러고 있나' 하는 후회들이 밀려온다. 기적적으로 손님이 오고 책방 너무 좋다는 말을 들으면 또 홀린 듯 책을 주문하고 독서 모임을 꾸리고 인테리어를 바꾼다.

내 책방이 자본주의 사회와 어울리지 않고 스스로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면 조용히 책방 문을 잠시 닫고 자본주의 승리자인 동네 떡볶이 사장님의 가게를 찾는다.

'정말 부럽다. 나도 책이랑 떡볶이를 팔아볼까?' 하는 야무진 야망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소중한 책에 떡볶이 국물이 튈 생각을 하니 그건 아니다 한다.

 

책방을 열기 전 직장을 다닐 때 자본주의적 인간으로 살다 지치면 무조건 소비를 했다.  특히 옷을 사는 것을 좋아했는데 노동으로 헛헛해진 마음을 인터넷 장바구니든 오프라인 장바구니든 담아 빈 마음들을 채우기 위해 애를 썼다. 다시 헌 옷 수거함으로 옷을 버리면서도 다시는 이렇게 돈을 안 쓴다 하면서도 또 다른 소비들로 삶을 채웠다. 하지만 책방을 열고 난 뒤 쇼핑을 거의 하지 않는다. 책 팔아 옷을 사기도 힘들지만 책을 팔고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이상하게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직장을 다닐 때는 버는 만큼 소비를 했기 때문에 지금이나 그때나 계좌에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천재로 생각하는 마르크스는 일찍이 이런 모자란 나의 요런 행동 패턴을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 '노동소외'로 명명했다.(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임승수. 인용) 이윤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구조상 물건하나에 애정을 기울이고 생산의 모든 과정에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팔고 사는 장인들이 이루어가는 생산방식은 순식간에 분업으로 대체되었다. 노동자는 자본주가 생산과정에서 기계의 일부이고 빨리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과 대체가 가능한 존재가 되었다. 내가 만든 내 노동의 주인은 이제 내가 아니라 자본가가 되었다. 자본가는 그 소외를 보상한다는 명복으로 돈을 준다. 나는 그 돈으로 다시 자본가의 이윤을 채워가는 물건을 사고 헛헛해진 마음으로 돈을 벌려고 직장을 다닌다.


자본주의 시대는 달콤하고 쉬운 '편리함'을 선사한다. 돈이 그것을 창조한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등극하고 모든 인간의 노력이 돈으로 치환된다. 돈을 못 벌면 돈이 안되면 가치가 없는 일들로 당연시된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한 일들이 돈이 안되면 무능력한 노동으로 전락이 된다. 노력한 만큼 돈을 안주는 자본주의는 잘못이 없고 손에 쥔 돈이 작아 안 그래도 힘든 사람에게 '내가 무능한가.' 하는 반성을 요구한다. 돈이 안 되는 상담, 하루 종일 책방을 지켜도 최저 임금을 벌지 못하는 노동,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어 처절하다. 그래서 다짐한다.


 " 흥, 이제 자본가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지 않을 테다. 절대 책 말고는 사지 말아야지."

 돈 안 되는 일을 하는 노동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임승수/ 인용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환경과 사회구조에서 생활하느냐에 따라 생존에 요구되는 심리 기제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 살던 구 인류학자가 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을 대상으로 지능 테스트를 했습니다. 부족 사람들에게 테스트 용지를 나뉘주며 각자 따로 문제를 플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인디언 부족 사람들은 함께 모여 토론하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러자 서구 인류학자는 답답한 마음에 그들에게 다가가 문제는 각자가 따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다음과 같이 되물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함께 의논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왜 자꾸 각자 따로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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