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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Sep 08. 2024

진로 자존감

새로 쓰는 '토끼와 거북이'

 '토끼와 거북이'를 늘 다시 써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청소년을 상담하는 자의 직업병이랄까. 아무튼 그렇다.


"토끼는 달리고 달리다 보니 육상 국가 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가 시상대에 올랐고 느림보 거북이는 풍경을 자주 바라보고 길에서 만난 동물들 서사를 유심히 들어 작가가 되었습니다. "


아이들은 우리보다 오래오래 산다. '목표와 과정 중 무엇이 중요할까요?'는 이제 100년 가까이 살면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시대에 이 질문은 적절한 것일까 생각하다 토끼와 거북이를 새롭게 써보았다. 감히, 목표에 집중하는 시기, 숨 돌리고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 충만한 시기 모두 중요하지 않을까?'트렌드 코리아 2025' 김난도 교수님은 답을 아실 수도 있어 곧 사서 읽어볼까 또 이상한 생각을 잠시 한다.


"고3 때까지 방에는 침대가 없었어요. 침대를 보면 잘 것 같았거든요. 공부하다가 책상에서 엎드려 잤고요. 서울대를 반드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서울대를 가니 이상하게 1년도 안돼서 공허하더라고요.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목표를 찾았죠. 다이어트였습니다. 저의 목표는 서울대에서 외모로 옮겨갔죠. 미친 듯이 굶고 운동을 하고 저 자신을 괴롭혔습니다. 여전히 행복하지 않았죠. "


서울대 출신 유명 아나운서의 인터뷰 내용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목표를 성취하면 자연스럽게 성취감이 생겨 기쁘고 행복해진다. 성취감은 유효한 삶의 전략이다. 인정을 받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은 달콤하고 찰나의 기쁨을 위해 우리는 전력 질주한다.  성취감에 중독되면 항상 바짝 긴장하고 신경을 쓰고 애를 쓰는 삶도 당연시한다. 잠깐을 영원함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인간인지라 성취감에 중독되면 '진로 효능감'이 높아져 유능한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빈틈의 위로' 김지용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자존감은 자기 효능감과 자기 안전감, 자기 조절감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이 세 가지가 적절하게 기능해야 자존감에 균형이 생긴다고 한다. 아이들이 칭찬을 많이 들으면 무조건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자기 효능감과 동시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자기 효능감만 높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위의 예시로 든 아나운서처럼 목표로만 향해 달려가다가 자신의 건강과 정신을 돌보는 일은 나약한 일이나 나중에 해도 될 일이 되어 버린다. 과정을 즐겨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일들을 찾기보다 자신을 증명할 결과에만 집중하게 된다.  인간은 효능과 약효로만 존재 증명이 가능한 약국에서 파는 약이 아닌데도 말이다.


진로 자존감은 균형이 중요한데 효능감 못지않게 자기 조절감도 필요하다. 효능감이 남과 경쟁하여 1등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면 조절감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비교 없이 진로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인이 되는 경험이라는 것은 좋아 보이는 직업보다는 오래 걸려도, 늦게 가도 혹은 돌아가더라도 나에게 맞는 가치를 찾아 삶을 적응시키고 선택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결과가 엄청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내 마음과 몸을 움직이게 하는 가치로운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에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4평짜리 가게에서 1인 가게를 운영하는 '도덕과 규범'이라는 카페 사장님을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높은 진로 조절감의 예시라는 생각이 든다.


"저는 음악도 좋아하지만 커피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너무 힘들게 살아야 해요. 저는 혼자 일하면서 시간도 편하게 쓰고 좋아하는 음악도 많이 듣고  살고 있는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좋아요. 혼자 일하려면 가게가 크면 안 되죠. 4평 가게가 딱 제 행복인 것 같아요."


토끼와 거북이는 다시 쓰여야 한다. 귀여운 동물은 이제 건드리지 말자. 비교도 말자. 우리 아이들은 꿈을 꾸는 것만으로 그저 귀여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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