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틀 전에 동네 친구 생일파티에 갔는데… 너 진짜 상상 못 할 거야.
아줌마가 여름방학을 한국에 좀 오래 있다가 와서, 그동안 아저씨가 서프라이즈로 준비한 거라는데 세상에! 식탁 있는 공간을 아예 은박 커튼으로 세 면을 꽉 채워놨어. 미러볼이 양쪽에서 막 돌아가고, 불빛이 은박커튼에 반사돼서 반짝반짝 쏟아지는 거 있지. 딱 들어서는 순간, 여기가 집인지 클럽인지, 현실인지 꿈 속인지 헷갈릴 정도였어.
근데 음식이 또 장난 아니야. 한쪽에는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는데… 라이스페이퍼 튀김 위에 뭔가 예술처럼 올려져 있고, 문어 들어간 무슨 샐러드, 각종 색깔의 토마토와 버무려진 치즈 샐러드, 새우 요리, 감자 샐러드, 파스타 종류가 또 따로 있고… 와, 입이 그냥 쩍 벌어져. 그리고 신기한 건 우리가 먹고 있으면, 다 먹자마자 그 테이블이 싹 치워지고, 갑자기 노래방 기계가 그 자리에 세팅되는 거야!
시간이 좀 지나니까 또 음식이 나와. 납작 만두에 떡볶이, 쥐포 튀김 같은 안주 스타일 음식들, 과자들까지 계속 이어져. 시간 대 별로 아저씨에게 계획이 있는 건가? 흐름이 멈추질 않아.
근데 진짜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어.
아저씨가 아줌마 좋아하는 노래 반주를 딱 틀어주는 거야. 그러면 아줌마가 마이크 잡고 부르지? 그럼 아저씨가 뒤에서 같이 부르는 거야. 와… 그 눈빛, 진짜… 드라마에서 보는 “세상에 이런 남편이?” 그 장면 그 자체였어. 아니? 드라마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에이 말도 안 돼! 너무 현실성 없다.!” 작가가 결혼을 안 한 사람인가 보다!” 그랬을껄?
그래서 아줌마들이 막 묻는 거야.
“어떻게 저런 남편을 구했냐? 원래부터 저랬어?” “부모님들이 사이가 좋아?”
얘들아, 근데 그건 질문이 틀렸잖아.
진짜 궁금해야 하는 건 “어떻게 저런 남편을 만났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냐”
“아줌마가 어떻게 했길래 아저씨가 저래?”라고 물어야지.
예전에 아줌마가 했던 얘기가 생각났어.
아저씨가 그러더래.
“나도 OO이가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 말이 농담 같아 보여도, 사실 그들의 관계 전부를 말해주는 것 같아.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존재잖아.
따뜻하고, 무한히 믿을 수 있고, 언제든 돌아가고 싶은 곳.
아저씨에겐 본인의 엄마보다도 아줌마가 더 그런 사람이었던 거지.
“너는 언제나 나에게 돌아가고 싶은 집 같은 사람이다 “라는 말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남편이 로맨틱해서가 아니고,
아줌마가 평소에 아저씨에게 해온 수많은 작은 행동들이 쌓여
아저씨 눈에 아줌마가 그런 ‘절대적인 존재’로 자리 잡은 거야.
결국 본질은 “어떻게 그런 남편을 구했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그렇게 만든 관계가 되었냐”는 거지.
관계는 그냥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니까, 매일 주고받는 태도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래서 질문이 달라져야 해.
“어떻게 저런 남편을 구했냐?”가 아니라, 나는 남편 복이 지지리로 없다. 내 집에 있는 남편보고 한숨 쉬지 말고 말이야.
“나는 지금 내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나?”
이게 훨씬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아닐까?
그래야 나, 그리고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