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Nov 18. 2021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간단평

"당신이 시인이라면 이 한 장의 종이 안에 흐르는 구름이 또렷이 보일 것입니다. 구름 없이는 비가 내릴 수 없습니다. 비 없이는 나무가 자랄 수 없습니다. 나무 없이는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종이가 존재하려면 구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구름이 여기 없다면 이 종이 역시 이곳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구름과 종이는 상호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호존재(interbeing)'는 사전에 아직 정식으로 등재된 단어는 아니지만 '서로'를 뜻하는 접두사 'inter-'와 '존재한다'는 뜻의 동사 'to be'를 결합하면 '상호존재하다(inter-be)'라는 새로운 동사가 탄생합니다." (p.45)


"그러나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이런 식으로 더이상은 물질을 바라보지 않는 과학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물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가 아원자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는 과학자들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제 이 입자들이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입자는 오직 전체의 일부로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원리에 따르면 전자는 전자가 아닌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자기장이 없다면 전자는 전자가 아닙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도 마찬가지로 별개의 존재가 아닙니다. 중성자는 중성자가 아닌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성자는 양성자가 아닌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의 다른 온갖 것들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원자 입자는 고정된 실체라고 특징지을 수도 없습니다. 이 입자들은 역동적이며 그 움직임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p.71)



 틱낫한 스님의 <반야심경> 해설은 가히 일품이라 할만하다. 읽는 내내 저절로 마음챙김 명상에 잠기게 하는 듯한 구절들이 가득 보였다. 특히 '상호존재'(interbeing)의 관점에서 세계를 경이롭게 바라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아름다운 구절들이 돋보였다. 나중에라도 이 책의 구석구석을 찬찬히 다시 읽으며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좋을 것이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과 강독을 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모임에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게다가 불교 사상의 역사와 전개를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주어서 불교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설일체유부와의 대비를 통해 반야심경이 말하고자 하는 '공'(空) 사상의 이해를 풍부하게 해준 점이 좋았다. 만물은 완전히 있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없는 것도 아닌 '상호존재'로서의 공(空)일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필로어스 '위대한 질문']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