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계절, 다짐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추운 겨우내 웅크렸던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는 시기. 하나 둘 피어나는 꽃 소식에, 마음이 설레고 걸음이 들뜬다. 교정에는 병아리 같은 신입생들이 눈을 반짝인다. 사계절을 말할 때 봄부터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테다.
봄을 좋아한다. 아직은 차가운 아침의 공기도 좋고 졸음이 노곤하게 몰려오는 늦은 오후의 햇살도 좋다. 봄밤에 벚꽃이 핀 거리를 걷고 있으면, 누군가와 사랑에 흠뻑 취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우연히 만난 장면들에게서 평온함을 느끼는 것도, 봄이 제격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어디로든 나가보자!'라고 외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매해 찾아오는 봄꽃 축제들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들이 유명한 까닭을 알 것 같았다. 공간의 규모는 컸고, 꽃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듯 하나같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그러나 꽃들보다 많은 인파, 꽃을 보러 온 건지 sns에 남길 인생샷을 찍으러 온 건지 헷갈리는 사람들의 행태를 몇 차례 겪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는 발길이 뜸해지게 됐다. 무의식적인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할까.
출사에 재미를 들인 후부터 걸어서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골목을 걷다 마주하는 화단의 꽃들과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았을 때 나무 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예쁜 장면들을 보고 행복해하는 장면들이 좋다. 우연히 마주한 소소한 아름다움에 행복해지기 쉬운 계절, 봄이 좋다.
누군가에게 그런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축제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보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전하는 화단의 꽃이고 싶다. 크지 않더라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다시, 봄은 시작의 계절이다. 올해는 나를 더 가꾸고, 주변인들을 더 챙기는 한 해가 되어야지. 나의 행복이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믿으니, 골목 어딘가 예쁘게 피어난 꽃처럼 나도 활짝, 피어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