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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록 Nov 03. 2020

겨울 준비

계절은 예상보다 한 발 빠르게

퇴근 후에 저녁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고 나면, 잠들기까지 여유 시간이 있어 종종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오랜만에 책을 읽을 겸 집 앞 스타벅스에 들렀더니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상품들이 한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11월이 되었고, 옷가게 쇼윈도의 마네킹은 벌써 겨울 외투를 껴입었다. 아직 가을 한가운데 있다고 여겼던 건 나뿐이었나 보다.


빨강, 초록, 하얀색으로 꾸며진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굿즈. 쓰지는 않겠지만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오늘은 연차를 쓴 날이라 본가에 가려 아침 일찍 밖에 나왔다. 갑자기 추워진 공기가 당황스럽다. 어렴풋한 겨울 냄새에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잖아'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마와 함께 들른 이케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고 또 한 번,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케아에도 겨울이 왔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케빈과 함께. (언제나 그랬듯)


오는 11월 7일이 입동이라고 하더라. 스타벅스와 이케아의 겨울 준비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봐도 틀리지 않은 셈이다. 다시 집으로 가려는 나에게 엄마는 날이 춥다며, 겨울 옷을 챙겨주려 하셨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오겠다는 말로 사양했다. 이 말에는 사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 번째는 귀찮다는 핑계로 엄마 얼굴을 적게 보는 불효자가 되지 않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아직까지는 겨울이 아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더위가 싫고 겨울에는 추위가 싫은 나는 활동하기 좋은 봄과 가을을 좋아한다. 모처럼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보고 싶은 것들을 보는 활동이 나에겐 어떤 동력이 되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이 동력을 습관처럼 유지하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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