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는 사람들

고독일까 자립일까

by 최필록

가을입니다. 춥고 황량한 계절이 곧 다가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보면서도 쓸쓸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나뭇가지에게 이별을 고하는 잎들이 많아질수록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매년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이지만 좀처럼 익숙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더 바쁘게 고개를 움직이며 찰나를 담으려 다니게 됩니다. 십일월에만 광주와 함안, 경주를 다니며 올해의 가을을 기록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러 밖을 돌아다니다 보면 저마다의 색을 뽐내는 나무들 사이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여요. 저 또한 혼자여서 그랬을까요, ‘홀로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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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행에서 찍은 '홀로 있는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단체행동'을 해야 하는 시기가 꼭 찾아옵니다. 대표적으로는 '회식'이 있겠네요. 저는 회식을 비롯한 단체문화가 불편하더라고요. 혼자서는 밥도 못 먹고, 커피도 못 사 마시는 사람도 있었는데, 제가 그분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분도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익숙한 저도 가끔 인간적인 외로움이 들 때가 있고, '세상을 떠날 때에 아무도 곁에 없으면 어쩌지?' 같은 걱정이 덜컥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영역이 누구보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깨달은 후부터는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이번에 사진으로 남긴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꼭 필요한 사람들이었을까요.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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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복도로를 지나다보면 홀로 걷는 어르신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혼자서 많은 것들을 해내가는 스스로를 남들보다 우월한 사람이라고 여겨온 것 같습니다. '자립'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이지요. 외로움을 자처한 사람은 어쩐지 멋져 보이는 것 같다는 허영심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사실은 고독합니다. 인간관계는 피곤해서 싫다면서도, 인간관계를 쉽게 맺어가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홀로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오며 가졌던 '고독일까 자립일까'라는 의문은, 어쩌면 구분되는 의미가 아니라 중첩된 상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귀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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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혼자'는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인 것 같다



하여,

오늘도 저는 관계에서 밀려난/벗어난 사람들이 안타깝고/대단하고

그럼에도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들을 기록하는 것 밖에 없어서,

셔터를 누릅니다.

이것은,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 글을 읽고 '언니네 이발관'의 6집 수록곡 [홀로 있는 사람들]을 들으신다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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