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철학교육 - 감사 첫번째 이야기
“엄마가 똥을 싸서 감사해.”
“아빠가 방귀를 뀌어서 감사해.”
아이들과 하루 동안 감사했던 이야기를 나누면 좋다길래 시작했는데, 가관이었다. 첫째는 한창 똥방귀 분야에 조예가 깊었던 6세라 매일 밤 까르르 까르르 혼자 웃으며 엄마 아빠의 생리 현상을 감사해했다. 고맙기도 하지.
그래도 받아줘야 한다길래 받아줬다. 기다려줬다. 그러다 어느 날 터졌다. 장난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아 이럴 거면 하지 마! 하지 마!!!!!!” 하고 화를 내고, 내 기분도 상하고 아이들의 기분도 다 망쳐버린 채 잠이 들었다.
행복하려고 시작한 건데 참 인내심도 없지. 더럽게 못났다. 여느 날처럼 자책하고 반성하고 결심했다. 다시 잘해보기로.
또다시 밤은 찾아오고, 다시 감사한 점을 얘기해 보자 타일렀다.
“아빠가 똥을 먹어서 감사해.”
심호흡을 하며, 타오르려는 짜증의 불씨를 꺼트리고 엄마가 감사했던 점을 얘기했다. ‘엄마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 딸들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뻔하지만 제일 먼저 생각난 감사한 마음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었고, 그렇게 며칠을 나 혼자서만 진지했다.
당시 세 살 아가였던 우리 둘째는 옆에서 순하게 웃다가 갑자기 엄마 눈을 찌르는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엄마와 언니의 감사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보냈더랬다.
외로운 감사교육을 실시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첫째가 드디어 제대로 된 감사이야기를 꺼냈다. 똥과 방귀가 아닌 진짜 감사말이다.
“가족이 있어서 감사해. “
감격스러웠다.
나는 주로 ‘편안한 우리 집이 있어서 감사해.’ ‘건강한 팔다리가 있어서 감사해.’ 같은 내가 가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로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잘 감사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가진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감사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오늘 있었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정확한 대상, 즉 특정한 ‘사람’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게 더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아이들에게 엄마가 오늘 겪었던 일과 그때 만난 사람이 베풀어 준 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니 첫째도 따라 했다. “오늘 선생님이 1교시 끝나고 나를 안아주셨어. 그래서 감사해.” ”오늘 클로이가 나랑 재밌게 놀아줘서 감사해. “
원에서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 아이라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소중했고, 첫째는 감사한 하루를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으로 잠이 들곤 했다.
자기 직전의 감정은 정말 중요하다. 자면서 우리 무의식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자면 자는 동안 뇌는 계속 그 감사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가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할 거리부터 찾는다고 한다.
일상에서 겪는 일들이 모두 감사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고마운 삶은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러던 어느 날, 감사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우리 세 살 아가가 “나도 감타이야기 하예.”(나도 감사이야기 할래)라고 말했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