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원서 레벨 올려주는 나만의 방법

슬쩍 끼워 넣는 도전 책

by 필로니


음악회에서 원서까지


도서관에서 열린 '뇌로 듣는 음악'이라는 음악회에 간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OST부터, 부모 세대라면 누구나 알 만한 곡들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My heart will go on'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음악회에서 들은 노래들을 다시 들려주었다. 아이는 'My heart will go on'에 관심을 보였다.



집에 와서는 타이타닉 영화 장면이 나오는 유튜브 클립들을 몇 개 보여주었다. 아이 눈이 동그래졌다. "왜 배가 침몰해?" 그때부터였다. 타이타닉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게.



나는 아이에게 관련 다큐 영상도 찾아 보여주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책인 <I survived>의 '타이타닉' 편을 빌려다 주었다. 아이는 그렇게 타이타닉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고, 한동안 헤어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논픽션 5.9의 책을 처음 읽던 날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 원서 코너에서 <TITANIC>이란 책을 발견했다. 겉만 훑어보고 괜찮겠다 싶어 아이에게 건넸는데 눈이 반짝이며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은 뒤 책에 대해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 책은 타이타닉 배를 만드는 과정부터 나오는, 다소 딱딱한 논픽션 책이었고 AR지수는 5.9의 책이었다. 7살 아이에겐 꽤 높은 난도의 책이었다.



AR 퀴즈를 풀어 아이가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이해가 안 됐으면 재미가 없었을 테고, 재미가 없었으면 이 책을 덮자마자 또 읽겠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아이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나온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역시, ‘이 점수대의 아이는 이 책들을 읽혀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야 한다는 걸 제대로 경험했다. 관심과 취향 앞에서는 점수 따위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




‘아님 말고’의 정신으로 찔러나 보기


그 책을 계기로 아이는 5점대 책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훌쩍 뛰어넘었는지 바로 이어서 AR5.0의 두꺼운 책인 로알드 달의 판타지 소설 「MATILDA」 읽기도 내리 성공했다.



아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했다. "이거 엄청 재밌대~ 하루 한 장만 읽기 도전해 보는 거 어때~? 5.9도 읽었는데 이건 5.0밖에 안되네? 하루에 딱 한 장만이야! 그리고 다 읽으면 마틸다 영화도 찾아보자!"



그 어디든 다니고 다니던 <Matilda>


아이는 딱 한 장이라는 말에 혹했는지, "응! 나 해볼래!" 하고 시작했다. 예상대로 하루 한 장만 읽는 날은 없었다. 재밌으니까. 며칠 만에 <MATILDA>를 다 읽고는 "엄마 너무 재밌어!!!" 하며 곧바로 재독에 들어갔다.



우리 아이는 재밌는 책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다. 그 반복이 아이의 영어를 끌어올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의 성향에 맞아야 한다. 반복 독서는 절대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된다.)



약속대로 마틸다 영화를 보여줬다. 보다가 익숙한 대사가 나오자 "책에서 봤어! 하며 얼른 책을 가져오더니 그 페이지를 펼쳤다. 아주 흥미진진한 얼굴이었다. 그 당시 여행지에 가져갈 책도 늘 <MATILDA>였다. 대성공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라 억지로 공부시키고 싶진 않았고, 스스로 선택하게 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가끔 못 먹는 감을 찔러보았고 찌르기가 성공할 때마다 기뻤다.



이 찌르기 권법은 '아님 말고 ‘의 정신을 반드시 장착해야 한다. 그 정신없이는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성공을 맛보기도 전에 병부터 난다.



아이의 SR점수가 4점 대일 때는 3점대 책을 다독하면서 4~5점대 책은 가끔 찔러주는 방식으로 리딩을 도왔다. 낮은 점수의 책만 고집하지도, 높은 점수의 책을 억지로 밀어붙이지도 않았다. 어릴수록 무엇이든 과하면 공부 정서, 영어 정서가 쉽게 망가진다.



그래서 늘 되뇌었다.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고, 내 안에서 자꾸 올라오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결국, 중요한 건 하나였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알아내는 것. 그걸 따라가는 것.



옆집 엄마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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