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를 다니면 놓치는 것 두 가지

한글독서와 신체활동

by 필로니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영유를 먼저 보내 본 친구가 조언해 줬다. '한글 독서'와 '신체활동'을 꼭 따로 챙기라고. 다시 말해, 이 두 가지가 영유에 다니면 가장 쉽게 놓치게 되는 부분이라는 뜻이었다.



영어보다 중요한 한글


물론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아이가 다닌 곳은 영어만 사용해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아직 어린 5세 반이나, 6세 신규 반 초반에는 선생님들이 한국어로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영어가 빠르게 늘었지만 그만큼 한글 독서는 따로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는 원에서 충분히 배우고 있었기에, 집에서는 한글책을 중심으로 독서 시간을 챙겼다. 늘 그래왔듯, '이 나이에 읽어야 한다'는 유명한 책들보다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골랐다.



예를 들어, 개미를 한참 구경한 날엔 개미 책을, "저기 개나리 좀 봐, 정말 노랗고 예쁘다-"라는 한마디를 나눈 날이면 개나리 책을 읽어 주었고, 수박은 수박 책을 펼쳐 놓고 먹었다.



영유 다닌다고 해서 영어공부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단단한 모국어라는 땅 위에 외국어라는 성이 쌓인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더욱, 한글 독서를 탄탄하게 다져주려 애썼다.



7세가 되고 읽을 수 있는 영어 책이 좀 더 두꺼워질수록 한글 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읽어온 아이들이 영어책도 잘 읽는 걸 수도 없이 보았다. 우리 아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체활동


두 번째로 꼭 챙겨줘야 할 건 신체활동이다. 영어유치원은 결국 그냥 어학원이다. 체육관도 그저 교실만 한 작은 공간. 일주일에 한두 번 체육수업이 있지만, 그걸로는 아이들이 충분히 뛰놀 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신체활동을 보완하겠다며 운동 관련 학원을 등록해 학원 가야 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진 않았다. 대신 자유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려 했다. 많이 뛰어놀 수 있도록 학원 수를 줄이고, 일정의 여백을 남겨두었다.



주 1회 수영, 주 1회 미술. 딱 그것만 다닌 아이는 시간이 많았다. 하원 후엔 친구랑 놀거나 엄마랑 카페, 공원 등 야외에서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숙제하고, 그리고 하루 종일 놀았다. 자유 시간이 많은 아이는 실컷 뛰어놀고, 시간이 남으면 앉아서 책을 읽고, 책을 만들면서 유아 시기를 보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개입이 없는 순수한 자유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스스로 놀아본 아이가 스스로 공부도 할 수 있다. 놀이는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다. 놀이 안에서 아이는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생각을 키우며, 자기 자신을 표현해 낸다.



놀이 공간이 자연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자연은 예측 불가능하고 자극이 다양하다. 아이들의 뇌 발달에 최적의 환경이다. 실제로 어떤 뇌발달 전문가는 아이를 영재로 키우는 다섯 가지 조건 중 자연을 1번으로 꼽았다. (1. 자연 2. 독서 3. 체육 4. 음악 5. 외국어)



우리 아이들을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지 않다. 미래사회에서 주체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단순한 낭비로 치부하는 건 이제는 너무 낡은 사고다. 놀이의 힘은 강력하다. 관련 책 몇 권만 읽어도, 놀이 시간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자유시간이 자발적인 독서와 놀이로 채워진다면 그보다 더 이상적인 유아 시기는 없다. 추천 도서가 아니라, 아이의 관심사와 흥미가 이끄는 독서, 키즈카페보다는 바깥이 좋고, 자연이라면 더없이 좋다. 그냥 동네 놀이터도 충분히 훌륭하다. 박물관이나 과학관은 간간이 조미료처럼 톡톡.



이렇게만 해주면, 영유를 다니며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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