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둘째 때는 좀 나을 줄 알았다. 첫째를 보내면서 일희일비를 그렇게도 많이 해봤으니, 두 번째 영유 학부모 라이프는 비교적 평온할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명확히 수치로 나오는 결과들에 아무렇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둘째 역시 첫 SEL 테스트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예상보다 점수가 잘 나온 걸 보고는 뛸 듯이 기뻤다.
아, 또 시작이구나. 허벅지를 얼마나 더 찔러야 이 일희일비를 멈출 수 있을까. 아마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널뛰는 높이와 횟수를 좀 줄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해봤으니까. 지금의 점수들, 이거,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영유에서의 영어 점수가 아이의 영어공부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영어는 아이가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릴 때의 영어 정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어는 재밌는 거구나.' '영어를 알게 되니 세상이 더 재미있어지는구나.' 이걸 느낀 아이는 나중에 영어공부가 어려워지는 시기가 와도 힘을 내어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공부는 즐겁기만 한 게 아니라 힘들기도 하다는 걸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적어도 유아기에는 아니다. 이 시기의 배움은 즐거워야 한다.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의 호기심이 존중받고, 자신이 존재 자체로 사랑받는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시기여야 한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단지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기를. 특히,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영어를 배우기를. 영어와의 만남이 '힘든 공부'가 아니라, '즐거운 배움'이 되기를.
요즘처럼 영유를 보내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가득한 세상에서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 영유에 다니면서도 행복하고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어떤 교육방식이든, 아이를 향한 어른들의 따뜻하고 단단한 사랑과 관심이 전제된다면 아이들은 행복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다시 다짐한다. 비교하지 않겠다고.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다른 아이들을 보지 않고 내 아이들의 성장만을 눈여겨보겠다고 말이다.
그동안 <영유가 뭐 어때서>를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