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보내는 엄마가 조심하는 이유

그 집 아이가 머리가 좋으니 그렇죠.

by 필로니


이 글에서 사용하는 '영어유치원', ‘영유’라는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의적 명칭입니다. 실제로는 교육부 인가를 받은 정식 유치원이 아닌, 영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사설 유아교육기관을 지칭합니다.



나는 사교육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도, 그와는 좀 결이 다른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사교육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나, 어릴 때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는 이야기, 조기 교육의 폐해 등의 내용달 말이다.



내가 하고 있는 자녀교육에 대해 자만하지 않기 위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하려 한다.



얼마 전 <내 아이를 위한 사교육은 없다>를 읽었다. 이 책을 쓴 김현주 작가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사교육 없이 과학고에 보냈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 집 아이가 원래 똑똑해서 그런 거죠."라고 말한다고. 그런데 그 이유가, 그래야 엄마들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시원했다.



아이가 결과가 잘 나오기 시작하면서 내게 조언을 구하는 엄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의 끝은 "걔가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거네요. 우리 애는 시켜야 해요."


그럼 나는 할 말이 없어진다. 내 아이 머리가 좋다고 하는 건데도 뭔가 지는 느낌이었다. 여태까지 내가 기울인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으로 들은 것인가. 그 끝은 늘 허탈했다.



그런데 이유를 알았다. 그게 하기 싫은 것이다. 내가 한 노력은 어찌 보면 뜬구름 잡는 노력 같으면서도 굉장히 어렵다. 당장 효과가 나오지도 않는다.



어느 학원을 등록하면 된다든가, 이 문제집을 풀리면 된다든가, 그런 건 너무 쉽다. 결제하고 맡기면 되니까. 하지만 내가 해온 방식은 그렇지 않다. 가끔은 뿌연 안갯속을 달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돈은 덜 들지만, 그 대신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렇게 느리지만 단단한 방법을 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 조언을 구하고 그들 마음대로 생각해 버리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나의 교육관에 이러쿵저러쿵 뒷말하는 것도 그들의 자유다. 나는 그저 ‘렛뎀’하고(요즘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 책을 읽는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책에선 이 과정을 ‘렛미’라고 한다.) 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당장 아이의 점수, 등수, 맞힌 문제의 개수, 문제집의 수준, 원서의 레벨과 같은 당장의 작은 결과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가 만들고 있는 숲을 보는 일이다.



아이가 재미있는 원서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대던 그 순간, 영어책을 만들면서 영감이 자꾸 떠오른다며 즐거워하던 그 모습들을 기억하고 그 즐거움이 지속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그게 나의 ‘렛미’다.



다음 화 : 에필로그(둘째의 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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