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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Jan 18. 2016

내 뇌의 첫 느낌, 첫 반응에 쉽게 매몰되지 않기

정확하고 정밀한 '직관'과 거친 '충동'은 다른 것이다

보통 우리는 상대나 사안에 대한 자신의 첫 느낌(특히 '좋다, 싫다'의 호불호)은 아주 타당한 이유에 근거해 만들어진다 생각한다. 그러나 뇌과학적으로 봐도 그건 단순한 착각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경우엔 과거에 쌓인 정보들에 기반하거나 혹은 자신의 성향 등에 기반한 랜덤하고 무조건적인 '무의식적 감정 반응'이 그걸 결정한다. 그러한 무의식적 감정 반응의 조건이나 이유는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정도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는 아닌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우리의 첫 느낌과 첫 반응에 대해 타당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이제 거기에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이다. 뇌과학에 의하면 대부분의 그 이유 역시 우리의 좌뇌에 의해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자신과 세상을 감각하고 감지하는 반응하는,  진화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인지 프로세스이므로 이 반응에 선악은 없다. 잘못함과 잘함도 없다. 그냥 뇌라는 놈이 세상을 좀 더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인지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단축 프로세스'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손해를 입을 때'이다. 즉, 그렇게 해서 효율적으로, 빠르게, 단축해서 인지를 하고 그것을 어느 정도 이상으로 타당성 있으며, 또 그것을 사실화,  절대화하는 것이 내게 이익을 주면 아무  문제없지만, 만약 그러한 프로세스의 결과로 내가 나와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상황과 세상에 대해서 정도 이상의 오판을 한다면, 그리고 그 오판의 결과 내가 손해를 입게 된다면 그게 바로 문제인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오판'의 결과에는 나의 손해만이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상대방이나 상황에 대한 피해도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서 나에게 드는 첫 느낌과 첫 반응을 잘 살피고 잘 이용하되, 그것을 절대시 하거나 전부시 하지 않는 의식적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에 매몰되지 않고 되도록 좀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나와 상대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어느 정도 상황적으로 그 느낌과 반응의 타당성이 확실하다고 해도 새로운 팩트, 새로운 발견, 감각, 인지가 추가  발견되면 언제든 기존의 첫 느낌, 첫 반응을 수정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그렇게 하면 자연스레 상대방들과 상황, 세상에도 좀 더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해 주게 되므로 결국 나만의 이익이 아닌 '모두의 이익'을 더 만들 수 있게 된다. 




# 주의 1: 물론 능숙도와 경험치, 전문성의 축적에 의한 결과로써 만들어지는 직관, 직감 등은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직관과 직감의 감도와 정확성을 키워 나가는 것을 필요하다. 

하지만 구분되어야 하는데, 특별하거나 정밀한 과거의 데이터나 경험치 없이 뇌가 자신의 거친 무의식적 반응으로만 가지는 느낌과 반응은 사실 '충동'이라 할 수 있다. 즉 위에서 말한 정밀한 직관, 직감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충동과 직관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 주의 2: 그렇다고 자신의 모든 뇌의 첫 느낌, 첫 반응을 틀렸다고 여기라거나 무시해야 한다는 말은 당연히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 뇌는 오랜 세월 동안 '인지의 효율성'을  진화시켜 온 것이며, 우리 뇌의 첫 반응은 그 과정과 결과이다. 핵심은, 이것을 좀 더 정확하게 만들고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글의 목적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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