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타인 눈치 보기'로 힘들어한다. 보통은 내향적이거나 순한 기질을 가진 경우가 그럴 것이다. 혹은 타고난 부분 때문이 아니라 어릴 적 성장 과정 중 경험에 의한 영향으로 조금 과도하게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성격에 관계없이 사회적 관계와 직장 생활 등에서 강제로 보게 되는 눈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타인의 눈치를 보는 것은 굴욕적이고 힘든 일이다. 특히 스스로 느끼기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과하게 보게 되면 괜한 자기 실망도 하게 된다. 그래서 다음엔 그렇게 하지 않겠다 마음 먹지만 또 반복되며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원하지 않는 타인 눈치 보기의 습관이나 행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타인 눈치 보기'가 의외로 아주 성숙한 행위라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아니, 남의 눈치나 보는 게 모슨 성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말이눈치 보기이지 다른 말로 하면 공감 혹은 '같이 느끼기'이기도 하다. 뇌과학에서는거울 뉴런을 밝혀 내기도 했는데 그와 연관된 능력이기도 하겠다. 사회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세상은 이 '눈치 잘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그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남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사실 '외부의 시각으로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디어 한 사람이 '자기 시각'에만 갇혀 있지 않고 자기를 넘어 외부의 시각으로 자신과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아마 영아가 성장하면서 어느 발달 시기가 지나면서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는 능력일 것이다. 이것은 동물들은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이다.
사회적으론 오히려 이 능력이 없거나 떨어지는 사람들이 사실 더 문제이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니, 즉 타인의 시각으로 볼 수가 없으니 자기가 보는 대로만 한다. 이런 사람이 사회적 파워가 있는 경우면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물론 그 사람의 능력 여부에 따라 실제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는 차이가 나겠지만, 비슷한 성과를 내는 경우에 다른 사람들까지 같이 챙기면서 가는 것과 혼자만의 만족으로 가는 것은 많이 다르다. 사회적으로, 집단적으로 바람직한 것은 당연히 전자이다.
그러므로 남들 눈치 좀 본다고 스스로 뭐라 할 것 전혀 없다. 그것이 성격 때문이든, 어릴 적 영향 때문이든, 사회 생활을 위한 고육지책으로서의 능동적인 선택이든 뭐든 말이다. 그 자체는 좋은 자질이고 뛰어난 능력이다.
우선 이것을 눈치 보기에 대한 기본 마인드 세팅으로 잡는다. 그리고 다음 두 가지를활용하면 된다.
첫째는, '제대로' 눈치 보기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눈치 보기란 결국은 공감과 느끼기인데, 많은 경우 상대와 외부를 '제대로, 있는 그대로' 보기 보다는 뭔가 자기 식대로, 오해해서, 착각하여 보기도 한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심리, 행동 분석 능력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과거에 쌓인 자신의 인식 방식의 오류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만약 눈치 보기가 나름 심각한 자기 문제라 여겨지는 경우라면, 이제 자신이 제대로 눈치를 보고 있는 지를 점검하고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작업이 쉽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의 착각 혹은 과거에 기반한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데 노력이 많이 들어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나의 눈치 보기, 나의 관점, 나의 방식, 나의 해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자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문제의 반이 풀어진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제 점점 과거의 실수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의 감정, 생각, 행동이 내가 생각하던 대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생각하면, 그러면 과거에 내가 가졌던 느낌, 생각, 행동도 어느 정도 저절로 바뀌게 된다. 물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질수록 더 좋다. 그러면 더 빠르고 강하게 변화가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제대로 된 느낌, 반응, 해석의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즉, 우선은 '초기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초기화 바탕에서 점점 제대로 된 느낌, 반응, 행동 방식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방식의 잘못된 눈치 보기를 계속하면서는 이러한 변화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이 초기화가 핵심이다.
초기화한다는 것은 곧 '멈출 수 있다'는 것과 같다. 과거의 자동 반응을 멈추는 것이다. 이것을 억지로 안 하려고 하거나 멈추려 하면 억압, 회피하는 식으로 가게 되며 그러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다음에 또 반복되게 된다. 그러므로 '저절로 멈추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저절로 멈추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알아 채는 것, 눈치채는 것이다. 무엇을? 과거와 현재의 내 눈치 보기의 방법, 방식, 노하우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아~!'하는 깊은 느낌으로 아는 것이다. 이 아는 느낌이, 자각하는 느낌이 선명하고 강할수록 점점 더 과거 눈치 보기 방식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알아도 또 반복되는 것을 느끼고 경험할 것이다. 이것은 안 되는 게 아니라 과거의 '관성'이 남아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 관성 때문에 실망해서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아야 한다. 관성은, 아무리 남아 있어도 그것이 관성임을 알면 결국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관성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느 정도 이하로 약해지면 그러면 점점 저절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더 이상 과거식의 눈치 보기를 하지 않고 좀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눈치 보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것은 더 이상 눈치 보기가 아니라 '타인과 세상에 대한 공감과 함께 느껴주기'의 능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초기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잘못된 눈치 보기는 멈춘다 해도 새롭게 제대로 보는 것이 그것만으로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측면은 있다. 그러므로 본인의 추가 탐구와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초기화, 멈춤'은 그냥 '음, 알겠어. 그렇군'하고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당연히 효과도 적고 후속 변화도 없게 된다. 무엇이든 그 반응과 느낌, 그리고 자각이 강해야 한다. 선명할수록 후속 과정인 관성의 처리도 더 잘 될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초기화시키는 것'이 사실은 가장 필수이다. 초기화가 더 선명하게 되도록 계속 반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대로 초기화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 방식에 대해 스스로 '내 느낌과 짐작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다'라는 자각이 아주 선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진짜로 느끼고 알아 차려야 한다. 눈치채야 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방식에 대한 마음의 고집을 이제는 놓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기꺼이 보내버리고 포기해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할수록 과거식 반응에 주는 나의 마음의 에너지와 확신이 줄어들게 되며('내가 느끼고 짐작하고 생각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식으로), 이 과정이 점점 더 잘 진행될수록 마음의 여유와 에너지가 남게 된다. 그리고 이제 혼자 오해하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생기게 된다. 물론 100% 저절로 된다기 보다는 본인의 노력도 어느 정도 분명 들어가야 하고 또 구체적인 방법론도 알아보고 사용해 보고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우선 멈춤'이 되면 그러면 그 후의 과정이 더욱 빨리,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확실하다.
둘째는, 타인의 눈치만이 아니라 나의 눈치도 잘 보는 것이다.
사실 본질적으론 타인 눈치 보기와 내 눈치 보기는 같은 행위이다. 그런데 타인 눈치 보기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느낌, 의사, 행동에 대해서는 거의 눈치를 채 주지 못한다 봐야 한다. 남들 눈치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게 진짜 문제인 것이다.
생각해 보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눈치 채지 못하는 이가 어떻게 남을 제대로 눈치채겠는가?
그러므로, 이제부터 자신에 대해서 먼저 제대로 눈치 채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기의 느낌, 기분, 감정은 어떠한지. 자기의 생각, 의사, 의도는 어떠한지. 자기의 행동은 어떠한지. 마치 남들 챙겨주었듯이 자신에게 주의를 주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을 느끼는 지, 무엇을 생각하는 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지 제대로, 세밀히 잘 알아채 주어야 한다. 눈치 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잘 응해 주어야 한다.
이게 제대로 될 때까지는 오히려 남 따위는 잊어 버리자. 내가 중요하지 남이 중요한가? 그렇게 남 눈치를 잘 보니, 이제부터는 내 눈치를 잘 보자는 것이다. 혹은 남의 눈치를 보는 동시에 내 것도 잘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