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진리가 하나라고 한 적이 없다
자기 미움과 같은 개인적인 갈등이나 고민
혹은 둘 이상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충돌에서
모두가 중요시 하는 것은
'무엇이 맞는가' 혹은
'누가 옳은가'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개인의 일이든 둘 이상의 일이든
결국엔 '뭔가 맞는 하나, 진짜인 하나'를
찾고 또 확정해야만
그 상황이 해결 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바로
'한 개의 진리'에 대한 믿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그 믿음,
어릴 때부터 받아온
어떤 교육과 주입들에 의해
나도 모르게 생성된
무의식적 믿음 외에
'하나의 진리'를 뒷받침해 줄
그 어떤 증거도 사실은 없습니다.
아, 물론
상황에 따라 그리고 경우에 따라
누구의 말이 좀 더 사실에 가깝거나
혹은 공통의 상식과 보편성에 가까운지
정확히 그리고 정밀히 따져야 할 때는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는 잘 따져서
정확한, 적절한 결말을 내어야 합니다.
이건 너무 당연합니다.
가령,
일과 관련된 결정을 할 때,
혹은 누구의 말이 사실인가에 따라
벌과 상을 주어야 할 때,
어느 편의 손해와 이익이 결정 날 때,
그리고 범죄나 재판 등의 경우엔
분명 사실성, 진실성 여부를
최대한 공평히 가려
억울한 사람이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들도
그 결정이 간단치만은 않습니다만
최선을 다 해야죠.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에서는
그 정도로 시시비비를 가릴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보자면 말이지요.
대부분은 누가 옳든 아니든
삶에 그렇게 큰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우리는 그런 순간들에서도
무던히도 시비를 가리고자 합니다.
내가, 우리편이 좀 더 옳고, 맞고, 정확함을
인정받고자 합니다.
즉, '내가 진리다. 그 한 개의 진리는 내 것이다'이지요.
사실은 일종의 인정 욕구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분히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진리가 한 개'라는 것은
그 누구에 의해서도 증명되거나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렇게 느끼고, 여기고
믿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이 부분을 진짜로 눈치채면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사실,
좀 더 정확하고 또 유용한 표현은
'진리는 N 개이다'입니다.
물론 여기서 'N'은 상황과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합니다.
또 실제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모두가 더 선호하는
'한 개의 진리'도 물론 가능하며,
(앞서도 말했지만 필요한 경우엔 꼭 써야 합니다)
너와 나의 '두 개의 진리'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N 개의 진리'마저도.
이렇게 말하면 또
'그렇게 하면 너무 많은 혼란이 생기지 않느냐'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강제나 유일 정답이 아닙니다.
즉 'N 개의 진리'도 유일한 진리가 아닙니다.
'N 개의 진리'의 법칙은 그 법칙에
안주하고자 만든 법칙이 아니라
오직 '잘 활용'하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좀 더 유용하고 효용성이 높다면
그러면 기꺼이 이용해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진리의 노예가 아니라
진리의 주인이니까요.
그러므로 '하나의 진리'가 필요할 때는
또 기꺼이 이용하십시오.
다만, 그러면서도 두 개의 진리, N 개의 진리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 두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한 개의 진리'에 대한 믿음과 고집과 강요가
만약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면
그러면 굳이 그것만 붙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의 진리'도 보고 '너의 진리'도 함께 봐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우리의 진리'도 필요하다면
같이 봐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한 개의 진리'를 고집할 때
즉 '나 혹은 우리만의 진리, 정답, 옮음, 주장'을 고집할 때
풀리지 않던 문제가 '두 개의 진리'
즉 나와 너의 진리를 동시에 볼 때
풀어진다면 그러면 그것이 바로 진짜 지혜인 것입니다.
사실 제법 많은 갈등, 충돌, 문제가
그렇게 풀어질 수 있습니다.
진짜 목표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행복이지
'진리' 따위가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농담 하나.
어쩌면 '진리는 하나이다'라는
우리의 느낌, 여김, 믿음은
우리가 보는 태양이 하나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이 하나인 태양을 봐 왔고
태어나서도 쭉 보고, 계속 다 같이 보고 있으니
'뭔가 진리도 하나일 거야!'는 어떤 본능적 느낌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태양이 두 개이거나 그 이상인
어떤 별에 태어났다면
진리도 그렇다고 지금 여기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겠지요.
물론 농담입니다.
하지만, 이 농담을 굳이 해 보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우리가 '진리가 하나다'라는
그 느낌과 믿음을
아주 가볍게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것은
실제로도 아주 가볍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의해 무겁게 여겨야 할 때를 제외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