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회식 자리에서는 사무실에서 마주쳤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는데, 첨엔 좀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친근감도 생기고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저만?ㅎㅎ
회식 때 공장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한 잔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 얘기를 하게 됩니다. 업무적으로 어려운 부분, 특히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서 분쟁이나 클레임이 생겼을 때 참 난감할 겁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고객은 고객대로 최대한 많은 혜택을 받으려 하고, 브랜드는 할인노출은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이 팔고자 하는 욕구가 충돌하는 지점에 우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일 겁니다.
2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인데, 대리 시절 백화점에서 영업관리자 업무를 하던 중에 있었던 일화입니다.
"OOOO"이라는 여성캐릭터 브랜드 매장에서 10대 여중생이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입던 중, 대기하던 다른 고객이 무심코 피팅룸을 열었는데 안에 사람이 있어 깜짝 놀라 바로 문들 닫았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샵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몇 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현장에 있던 여중생의 엄마는 백화점 매니저의 부주의로 사춘기인 자신의 딸이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다며 백화점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였습니다. 상상이 되시겠지만 이런 고객들은 일단 대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고객상담실장님의 전화를 받고 상담실에 도착하니, 샵매니저도 울고 있고, 여중생도 울고 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우선 백화점을 대표해서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매니저의 실수에 대해서도 깨끗하게 인정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되자 그래서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이냐는 실랑이가 한참 있었습니다. 주말이기도 하고, 매니저도 본사와 보상에 대한 상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다음 주에 연락을 드리기로 하고 일단 고객을 귀가시켰습니다.
다음 주, 저와 매니저는 수박을 한 통 들고, 고객의 집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준비해 간 상품권(금액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과 당시 여중생이 시착을 했던 의류를 전달했는데, 상품권을 열어본 고객은 금액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다짜고짜 수박을 우리 앞에 내 던졌습니다. 와장창 현관 앞에서 수박은 박살이 났습니다. 저도 당황했지만 함께 갔던 매니저는 저보다 더 충격을 받았고, 이후 한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어찌어찌 깨진 수박을 수습하고, 울음이 터진 매니저를 다독이며 매장으로 돌아온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후 그 고객과는 상담실장님을 통해서 추가로 보상금을 주는 선에서 결국 해결이 되었는데, 수박을 사람에게 내던진 행위가 폭행죄가 될 수도 있다는 법무팀의 자문을 넌지시 알리기도 했고, 피팅룸 문을 잠그지 않은 여중생의 책임에 대해서도 고객이 일부 인정을 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결국 해결은 되었으나 저에게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아찔한 기억입니다.
우리는 매일 고객을 마주해야 하고, 그들 앞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모두 고생이 많으십니다. 하지만 누가
군가 그러더군요. 회사에서 주는 월급에는 스트레스가 다 포함된 거라고.
그래도 가끔씩 스트레스가 차 오르면 곪아 터지기 전에 저에게 연락 주세요. 달달구리 들고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