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가 타인에게 너무 의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이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내린 결론은 정리였다.
이 생각의 시작이 작년 수많은 헤어짐을 경험한 것이었는데 너무 안전하고 싶어서 계속 안주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정이가 작년에 해줬던 '네가 생각한 안전한 것들이 더 너를 안전하지 않게 만들 거야' 말도 떠올랐고.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과(타인에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잘 보여야 하는 나를 연기해야 해서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곳들) 내가 정말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안주한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려고 한다.
올해는 조금 더 심플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조금 더 나를 중심에 두고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약간 타인지향적인 사람인데 다정함의 에너지를 타인에게 꽤 많이 쏟다 보니 정작 나 스스로에게 쓸 에너지가 너무 부족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는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작년 연말보다 상대적으로 사람을 덜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 시간에 편안함을 느끼는 나를 보며 역시 나는 내향형 인간이 맞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는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 최현우 시인님이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은 진짜 친절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었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모두에게 다정하지 않고 차별적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이 올해 목표다.
여기에서 연결되는 것이 마음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타인에게 의존형 인간이라는 출발한 생각은 나는 내가 건넨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돌려받으려는 못된 심보가 있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언제나 기뻤던 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그 사람이 너무 좋아서 보답 따위 생각도 하지 않고 온전히 상대를 생각해서 무언가를 준비할 때였다. 최근 컨티뉴어스 프로서클 오프라인 모임에서 좋아하는 카페의 쿠키를 준비해 간 것도, 친구가 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난 후 티룸 이용권을 선물 받고 친구가 떠올라 함께 다녀온 것도 상대를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이었다. 그럴 때는 그저 상대가 좋아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오히려 받은 상대보다 더 기쁘기도 하고. 옛날에 중국에 바치던 조공처럼 무언가 돌아올 것을 기대하게 되는 선물이라면, 의도가 있는 꾸며진 마음이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괴로움은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온전히 나의 바람에 집중하고 그저 나로서 존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