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기다렸던 갓세븐 콘서트
사실 티켓팅 실패해서 나는 갈 운명이 아닌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실패한 팬들이 너무 많았는지 하루 더 연장돼서 오늘 운 좋게 성공해서 갈 수 있었다
(추후 콘서트에서 뱀이가 자신들의 긴 공백기로 둥지를 떠난 새들(팬들)이 꽤 많을 거라 예상해서 콘서트장을 작게 선택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사실 나도 티켓팅이 너무 힘들었지만, 막상 콘서트에 오니 규모가 크지 않아서 2층임에도 불구하고 꽤 가까운 거리라고 느껴져서 좋았다. 삶에는 온전히 좋기만 한 일도, 온전히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날의 콘서트라니 참 낭만 가득하고. 가는 길에 콘서트에서 꼭 보고 싶은 곡 리스트 5개를 정해보았다.
내가 입덕 당시 활동곡이었던 하드캐리와, 갓세븐의 정체성 그 자체인 (하지만 감각 제로의 제왑의 똥촉으로 활동곡이 되지 못했던 그래서 새들의 아픈 손인) 페이지, 큐티뽀짝 안무가 귀여운 딱 좋아!, 사이다 같은 청량감 가득한 You Are, 가사가 넘 사랑 그 자체인 Fly.
제왑을 나와서 모두 다른 소속사로 들어가고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몇 년마다 뭉쳐서 앨범을 내고, 이번엔 콘서트까지! 나도 그동안 현생에 치여 처음 둥지에 들어갔을 때만큼의 애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콘서트에 그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 순간 몸도 마음도 온전히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정말 행복했다.
노래도 좋았지만 진솔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다.
7개 소속사와 이번 활동을 담당하는 카카오 총 8개 회사와 소통하고, 외국인 멤버 마크, 잭슨, 뱀뱀 3명의 비자 문제, 7명의 스케줄을 총 관리했던 리더 재범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고맙다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를 하는 멤버들을 보며 무언가가 완성되기까지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는 누군가와 그 고생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모두 필요하구나 싶었다. 나는 누군가의 희생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특히 뱀뱀과 재범이의 최근의 싸움 썰이 참 좋았다. 사실 싸움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약간의 다툼이랄까? 썰을 들으며 생각했던 건 너무 오래 봐왔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사실 참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굳이 말로 꺼낼 수 있었던 것도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애정이 없는 사람에겐 굳이 나의 상처를 드러내면서까지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 사건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한 멤버들이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은 욕심이 만든 사건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아무리 가까이에서 몇 년을 함께 지낸 가족 같은 사이라도 자라온 환경도, 그 사람 자체도, 심지어 갓세븐의 경우에는 나라도 다 제각각이라서 오죽했을까. 표현은 달라도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시작점을 알고 있고 이해하는 것만큼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나는 사실 갓세븐이 JYP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라던 사람이었다. 전혀 일하지 않던 2 본부에서 고통받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능력이 있어도 일하지 않아서 러브콜조차 걷어차는 소속사와 본부라니?! 그 러브콜을 나서서 연결하는 팬들이라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JYP였기에 모든 상표권을 미련 없이 갓세븐에게 팔아줘서 이름과 곡들로 그 어떤 분쟁 없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는 건 감사할 일이다. 그 7명을 모아준 것도 제왑이었고. 참 애증의 제왑...)
물론 이전보다 단체의 활동이 확연히 줄어들겠지만 각자 원하는 개인 활동을 하다가 가끔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각 개인이 행복해야 그룹 활동도 오래오래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말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7명의 단단함을 보여주고 확신을 심어줬기에 가능한 믿음이었던 것 같다. 실제로 콘서트에서도 기다려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참 자주 했다.
3시간 30분의 콘서트가 끝나고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길.
다음 앨범과 콘서트는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오늘 이 시간 덕분에 언제나 그랬든 언젠가는 덩어리로 돌아올 거라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 진솔함과 진정성은 힘이 세다. 끝이 있기에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이런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