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이냐, 레드오션이냐.
저는 우연한 기회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부터 비공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긴 했지만
제가 소설을 쓸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을 뿐더러...비공개에서 느껴지듯이 제 글을
남에게 보여준다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어요.
그랬던 제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아주 짧은 단편 소설을 공모전에 응모했고 이것이 덜컥 입상을 하는
바람에 맛이 들려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고 있어요.
사실 그때 입상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내세울 성과는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 쓰는 것이 즐거워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죠. 매번 공모전에서 광탈했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좌절하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
이런 시간이 흘러 이제 장편소설을 쓰면서도 분량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글쓰기가 조금 늘었다고 생각과 동시에 몇 개의 완성된 소설을 갖고 있게 됐죠. 그래서 올해 6월부터 투고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 전까지 플렛폼에 조금씩 글을 올리긴 했지만 투고는 생각도 못했던 차에 여전히 아무 생각 없이 투고나 해 볼까.라는 막막한 생각에 출판사 이메일로 부끄러운 제 소설을 보내봤습니다.
A 소설
현대판타지 소설로 남들은 200곳 이상의 출판사에 투고를 한다고 하지만 저는 A 소설을 30곳 정도에 투고했습니다. 두 곳에서 반기획출판을 제안했고 나머지는 연락이 없거나 반려 메일 뿐이었습니다.
처음 투고를 진행했기 때문에 반기획출판은 생소했어요. 출판사 직원과 통화 후 저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반기획출판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처럼 인지도도 없고 온라인 활동을 하지 않는 신입작가에게는
이것도 과분한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조건이 별로였습니다. 응당 출판사에서 부담해야 할 금액까지 저에게 넘기는 조건이 '과연 이 곳이 출판사가 맞는가?', '출판사는 정말 홍보만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외 반려 메일은 익히 들었던 '저희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다.' 였습니다.
B소설
판타지로맨스 소설로 웹소설 출판사에 투고를 진행했습니다.
역시 30곳 정도 출판사에 투고했고 모두 반려 메일 뿐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해 주신 곳도 있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C소설
판타지 소설로 25곳 정도 투고했고 5곳에서 반려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안타깝지만 반려 메일 조차 없더군요.
D소설
역사판타지 소설로 30곳 정도 투고를 했고 놀랍게도 한 곳에서 원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니 2주간의 시간을 달라는 메일이 왔습니다. 솔직히 기대가 되더군요. 하지만 6주가 되도록 연락이 없습니다.(담당자가 긴 휴가를 가셨나?) 기다린 시간이 허탈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다만 안됐다면 반려메일이라도 주시지. 이런 서운한 마음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 외에 총 4곳에서 반려 메일을 받았고, 한 곳에서 반기획출판 제의를 받았습니다.
투고는 6월에서 7월까지 딱 두 달만 진행했습니다. 메일은 대부분 같은 출판사에 보냈어요. 저같은 초보에게는 출판사 이메일 찾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더 많은 출판사가 있겠지만 이 출판사가 에세이를 더 많이 출판하는지, 소설에도 관심이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보고 출간한 작품 중 국내소설도 있는지 확인하고 보냈더니 영 속도가 붙질 않더군요.
보내주신 반려메일에는 감사하게도 정성스러운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투고담당자분들은 매일 많은 메일을 받으실테고 진짜 내 원고도 읽어보실까? 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몇 분은 정말 읽어보신 것 같더라고요. 가장 많이 받은 답변은 '저희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다.'였습니다. 하지만 그 중 눈길을 끄는 메일도 더러 있었습니다.
제가 쓴 소설이 대중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ㅜ.ㅜ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서 제가 쓴 소설은 국내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요건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쉬운 말로는 수요가 없는 소설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설을 차라리 시나리오로 써 보는 것은 어떠냐.(??)는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또 다른 피드백에는 등장인물들간의 관계가 흥미롭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서 좋으나 결과는 반려. 이 외에도 몇몇 반려메일이 정말 제가 쓴 소설을 읽고 보내주신 메일인 것 같아 고맙기도 했습니다.(비록 반려이긴 햇지만 바쁘실텐데 시간 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출판사의 방향과 맞지 않다. 통상적인 로맨스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작가님의 특유의 필력이 빛나지만 대중적이지 않다가 주였습니다.
내가 쓰는 소설이 특이한가? 이 생각을 안 할수가 없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이 대중성과 독창성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출간작가도 아니고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초보인데요. 그래서 더욱 고민은 되더군요.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 트렌드를 따라가는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걸까?(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꾸준히 인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말일테니까요.)
다만 비슷한 스토리가 넘쳐나는데 굳이 나도 가세해야하나.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쓴다고 하지만 분명 좋아해주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즉 블루오션으로 밀고나가냐, 레드오션에 합류하느냐 하는 문제가 아닐까.
투고 보낸 소설들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주로 판타지 소설을 씁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회기물이나 빙의물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소설이긴 해요. 이렇다할 소득은 없었지만 투고는 저에게 신선한 경험이었어요. 물론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한가득이긴 합니다만 조금 사기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후후
결과는 실패입니다. 다른 출판사에 투고메일을 더 쓸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쉬고 싶네요. ㅜ.ㅜ
이상 매일 조금씩 습작을 하고 스토리를 짜면서도 항상 고민중인 초보 작가의 푸념이었습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