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에게 답하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중)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 중에는 사람의 일생을 100세로 보아 25년씩 사계절로 나누는 것이 있습니다. 25세까지 봄, 50세까지 여름, 75세까지 가을, 100세까지 겨울이라 보는 방식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 28세의 나이로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돌아가셨으니, 이 계산법으로 하면 초여름까지 사신 것입니다. 그토록 원하셨던 가을을 못 보신 것이지요. 따라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당신에게 물어보지도 못하셨습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우리가 그 물음에 대신 답해 드려야 할 것입니다.
아, 그런데... 저는 지금 가을로 접어들긴 했지만, 그 물음에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 대신 대답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수업시간에 씩씩하게 손을 치켜드는 학생처럼 그렇게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아, 그동안 뭐하며 살았을까요. 사람들을 사랑하지도, 사람들을 끌어안지도 않았다면 도대체 무얼 하며 지금까지 살았던 걸까요. 너무 부끄럽습니다.
이제 곧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올 것입니다. 내 마음이 더 추워지기 전에, 내 심장의 온도가 더 내려가기 전에, 더 많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태어난 겨울 어느 날에 이곳을 떠나기 전까지는 확실하게 그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시가 윤동주 시인의 시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어느 작가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찾아보니 윤동주 시인이 아니라 김준엽 시인이 썼다는 주장이 존재합니다. 확인되는 객관적 사실에 따라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