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고체 상태의 사랑'이다.
물고기들은 고체 상태의 물이다. 새들은 고체 상태의 바람이다. 책들은 고체 상태의 침묵이다. (파스칼 키냐르, '옛날에 대하여' 중)
그렇다면 사람은?
프랑스 소설가의 잘 자란 글밭을 걷다가 한참만에 내가 생각해낸 답변은 이것이다. 사람은 고체 상태의 사랑이다. 파스칼 키냐르가 말한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면 그렇다. 물고기들은 물의 힘으로 물속을 헤엄치고, 새들은 바람의 힘으로 하늘을 날며, 책들은 침묵의 힘으로 지식을 떠든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사랑의 힘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다. 사랑 속을 헤엄치고, 사랑 속에서 날아다니며, 사랑을 떠들며 산다. 그렇게 사랑이 축적되어 굳어진 것이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고체화된 모든 것들이 녹으면 그 본질로 돌아갈 것이다. 물고기는 물로, 새는 바람으로, 책은 침묵으로. 사람은 사랑으로. 하지만 사랑으로 기화하지 못한 사람은 여전히 고체 상태로 남을 것이다. 그는 사랑이 아닌 다른 것, 욕심 같은 것으로 고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랑을 해야만 하는 이유다.
아 어쩌면 사람은,
고체 상태의 마음일 수도 있겠다. 마음은 원래 액체 상태이다. 그래서 움직임이나 흔들림에 취약한 구석이 있다. 때로는 사람의 기대를 다 채우지 못한 채 흘러넘치기도 한다. 무색투명의 기름 같은 위험한 액체, 니트로글리셀린만큼이나 다루기 까다롭다. 그러나 액체처럼 유연하던 마음도 상실과 화를 만나면 고체화가 진행되는데, 속이 타는 화기에 수분이 증발하여 딱딱해지는 것이다. 마음이 굳으면 얼굴이 굳고, 몸이 굳는다. 그러다 몸의 마지막 부분까지 굳어 버리면 땅 속에 묻히거나 잿빛 분말이 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굳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가급적 마음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어떤 상황을 만나도 너그러움을 유지하자. 낙심하거나 분노하지 말자. 각별히 고체가 된 것들의 본질을 기억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