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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첫 겨울 라운딩과 첫눈, 그리고 넘어짐

벙커에 빠져도 괜찮아! 굴러만 가면 어디든 가겠지!

by 라이트리

겨울의 첫눈과 함께하는 라운딩은 그 자체로 로맨틱한 상상과는 거리가 있다. 그 해 첫 겨울 라운딩은 춘천의 오너스CC에서 시작되었고, 다행히 날은 춥기만 하고 그린이나 페어웨이에는 얼음이 없었다. 하지만 4번 홀에 이르러 하늘에서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을 때, 코스는 순식간에 하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눈이 흩날리는 풍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들뜬 기분이 들었지만, 동반자들을 둘러보며 “첫눈은 첫사랑이랑 맞아야 하는데, 시커먼 놈들이랑 맞네”라며 농담을 던져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눈 덕분에 조심스러운 라운딩이 이어졌지만, 뜻밖에 행운도 찾아왔다. 조심스럽게 스윙을 조정하며 홀을 돌다가 한 번은 정확하게 공이 그린 위에 떨어져 보기 좋게 버디를 기록한 것이다. 다들 환호하며 첫눈과 버디에 기뻐했다. 살포시 내린 눈 위에 홀까지 흘러간 볼의 궤적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이게 바로 겨울 라운딩의 묘미라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라운딩이 새로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마지막 홀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벙커 샷을 치고 올라오던 중 발이 미끄러지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에 젖은 잔디와 벙커 경사에 방심했던 내가 그만 발을 헛디딘 것이다. 친구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달려왔지만, 나는 상황이 어색해져서 웃음으로 넘기려 애쓰며 “이게 다 첫눈 마법이야, 나를 홀딱 넘어가게 만드는군!”이라며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넘어짐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후 집으로 돌아오니 통증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한 달을 침대에 누워있게 되었고, 처음엔 그저 웃으며 넘겼던 그 순간이 이제는 뼈아픈 교훈으로 남았다. 그래도 함께 웃으며 맞이했던 첫눈의 라운딩과 친구들의 농담, 그리고 그 겨울 라운딩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여전히 선명하다.


겨울 라운딩을 할 때마다 나는 늘 이 첫눈과 첫 넘어짐의 추억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때론 가벼운 농담과 작은 실수도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추억이 되고, 그 순간이 선물처럼 찾아왔던 첫눈처럼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는다.


“실수를 웃음으로 넘기며 얻은 경험은 언제나 다시 꺼내볼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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