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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Oct 07. 2019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요

  종종 주위에서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어 올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난처한 질문을 난데없이 던져버리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곤란해진다. 물어본 사람은 큰 의미 없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지라도, 대답해야 하는 나는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생각하기에 스페셜티 커피는 딱 잘라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형태나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아서, AI, 5G, 사물인터넷, 스마트폰, 아마존… 거리면서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적절한 비유를 찾아보지만, 끝내 설명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으흠.

  하지만 설령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해도,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스페셜티 커피를 마셔봤거나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 의미에 대한 감각을 알고 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각의 형태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커피를 마시면서 “음, 아, 이런 게 스페셜티 커피지.”라고 느끼는 것인데, 머릿속에 구름이 두리뭉실하게 떠다니는 것처럼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스페셜티 커피는 이런 느낌이지, 하는 감각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실제적인 존재로서, 경험으로 기억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일일이 판단해서 모두가 납득할만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

  어쨌든 스페셜티 커피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스페셜티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가 아닌 커피를 비교해보면, 스페셜티 커피는 그만의 고유한 감각이 있고, 분위기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각각의 향과 맛, 촉감들이 자아내는 섬세함에서 느끼는 예상치 못한 감동도 있다. 그리고 이 속에 트렌드가 있고, 전문성이 있고, 가치가 있다. 어쨌든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직접 경험해보고 느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우니, 말로 설명하기가 참으로 난처하다.

  어쩌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커피 지식인이 스페셜티 커피에 대해서 깔끔하고 명쾌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누군가는 명쾌한 정의를 내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바리스타와 커피인이 모여서 “스페셜티 커피는 무엇인가요? 한 문장으로 정의해주세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 지나도 결론이 나지 않고, 이야기는 토론을 넘어 논쟁에, 싸움을 하게 될 것 까지는 아니지만, 결론이 결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지 않나요?).


  아무튼 스페셜티 커피라는 주제로 글을 적기 시작한 이상,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 독자에게 알 수 없는 주제를 던져 놓고 ‘저는 모릅니다.’라는 태도로 글을 마무리 지으면 글을 읽는 독자는 아무것도 납득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러니까, 그래서 그게 무엇인데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그래서 내가 커피를 마시면서 “아, 이거지. 이게 스페셜티 커피지.”라고 느낀 경우를 말해보자면. 얼마 전에 원두를 선물 받아 내렸던 핸드 드립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음, 이거지. 이거야. 맛있어.’라고 감탄했었다.

  그때의 커피 맛이 어땠는가 하면.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가장 먼저 신맛이 느껴졌는데, 신맛이 짙은 보라색의 농밀하고 응축된 느낌으로, 마치 포도나 레드 와인 같았다. 단단하게 힘이 있고 밀도가 높은 묵직한 느낌이었다. 신맛이 느껴진 뒤로는 달콤하고, 풍성한 향이 피어났다. 뭉글뭉글 피어난 향은 입천장을 따라 목 뒤로, 콧속으로 올라갔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열대과일 향기가 맴돌다가 흩어진다.

  신맛과 향이 지나간 혀 위로 설탕을 뿌려 둔 것 같아서, 자글자글한 달콤한 맛이 남고 입맛을 다실 때면 부드러운 멜론을 먹는 것 같이 달콤한 향이 느껴졌다. 해가 저물자 연 못 위로 밤의 요정이 나타난 것처럼. 입속에서는 자잘한 단향이 나타나 혀 위를 배회했다.

  이 모든 것은 뜨거운 여름 햇볕 속의 매미소리만큼 선명하다. 이런 맛들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감탄한다. “하, 그래, 이게 스페셜티 커피지. 그렇지.”


 에헴.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소름이 돋습니다. 커피를 하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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